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번 러시아 방문을 포함해 김일성 주석 사후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외국을 방문했다.

`국방위원장' 자격으로 이뤄진 20여일의 러시아 방문은 김일성 주석 사후 이뤄진 김 위원장의 외국 방문 기간 가운데 가장 길다는 특징도 있다.

지난해 5월과 올해 1월 중국 비공식 방문과 달리 이번 러시아 방문은 `공식방문' 형식을 취했으며 북한 언론들은 두 차례의 중국 방문 때와는 다른 보도 태도를 보여줬다.

▲`러' 방문 사전보도 =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북한 언론매체를 통해 사전 보도된 첫 사례이다.

북한 언론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 하산역에 도착하기 직전인 지난달 26일 아침 6시 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에 의해 `가까운 시기'에 러시아를 공식 방문하게 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과 올해 1월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을 때 그의 일정이 사후에 보도됐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사전 보도는 이번의 러시아 방문이 지난해 7월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대한 답방성격 즉, 중국 비공식 방문때와는 달리 `공식방문'이라는 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의 러시아 답방은 푸틴 대통령 방북 때 발표된 `조ㆍ러 공동선언'에도 명기돼 있다.

▲색다른 북한 귀환 보도 = 러시아 방문을 마친 김 위원장의 북한귀환 소식은 `당 중앙위원회, 당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공동보도' 형식으로 나왔다.

이는 두 차례의 중국 비공식 방문이 북한언론 정규뉴스 시간을 통해 방문 후 전해진 것과는 차이가 있다.

3개 기관 공동보도 형식으로 나온 것은 러시아 방문이 `공식방문' 형식으로 이뤄진 것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두 차례의 중국 방문이 `비공식'이었다는 점에서 볼 때 김 위원장의 해외 공식방문은 이번이 처음인 것이다.

또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의 첫 해외 공식방문에 부여하고 있는 의미가 자못 크기 때문에 `3개 기관 공동보도'가 나왔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을 대표하는 당중앙위원회와 당중앙군사위원회가 헌법기관인 국방위원회에 합세, 당ㆍ국가 차원에서 3개 기관 공동보도 형식을 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방문기간에 대한 북측의 불분명한 태도 = 3개 기관 공동보도는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기간을 20여일로 표현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오전 하산역에 도착해 18일 북한에 귀환하기까지 장장 24일에 걸쳐 시베리아횡단열차(TSR)를 타고 2만1000㎞ 여정의 모스크바 왕복여행을 했다.

3개 기관이 공동보도에서 20여일로 표현한 것은 북한언론이 지난해 중국 비공식 방문을 5월 29일부터 31일까지로, 올해 비공식 방문을 1월 15일부터 20일까지로 각각 밝혔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러시아 방문 기간이 20여일로 대충 표현된 것은 그의 평양출발 소식이 북한주민들에게 전해지지 않았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에게 러시아 방문 소식이 전해진 것은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 조선중앙텔레비전이 지난 4일 모스크바 선언 채택 소식을 전하면서부터이다.

▲공식방문ㆍ체류 구분 = 지난해 5월 말 김 위원장이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을 때 북한 언론들은 공식일정 하루 전인 28일 중국땅에 들어선 것을 일정에 포함시키지 않은 채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을 일정으로 보도했다.

또 올해 1월 15일부터 20일까지 이뤄진 중국방문 때도 김 위원장이 베이징(北京)을 떠날 때까지만을 방중 일정으로 보도했을 뿐 21일 오전 단둥(丹東)에 도착해 신의주로 건너온 것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렇지만 북한 언론들은 지난 4일 모스크바선언 채택 소식을 전하면서 김 위원장이 지난달 26일부터 러시아에 `체류'했으며 4일과 5일 러시아를 `공식방문'했다고 언급했다.

북한 언론들은 또 김 위원장이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방문했다가 모스크바로 돌아와 푸틴 대통령과 재차 회담을 한 것도 `비공식 회담'이라고 표현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귀국길에 오른 후 북한에 들어서기까지의 기간 역시 `공식방문'이 아닌 `체류'에 포함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모스크바 일정 예외적 상세 보도 = 러시아 방문을 예고했던 북한 언론들은 김 위원장의 모스크바 방문 일정을 상세히 보도했다.

북한 언론들은 그의 평양출발 소식을 전하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모스크바에 도착해 푸틴 대통령과 단독회담 및 회담(확대회담)을 갖고 8개항의 `모스크바선언'을 채택한 소식 등 4∼5일 이틀 간의 일정을 자세하게 내보냈다.

물론 상트 페테르부르크 방문 소식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모스크바에 돌아와 푸틴 대통령과 비공식 회담을 한 것도 신속히 내보냈다.

이러한 점은 두 차례의 중국 비공식 방문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가 일정이 모두 끝난 후 북한 언론매체가 뒤늦게 내보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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