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부터 24일간의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평양으로 귀환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방러기간 북.러 양자협력은 물론,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관영 매체 역시 18일 김 위원장의 평양귀환 소식을 전하면서 '조(북)-러 두나라 사이의 협조관계를 가일층 발전시키고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데서 역사적인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방러성과는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연결, 주한미군 철수 문제등을 담아 지난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발표한 `북.러 모스크바 선언'에 요약돼 있다.

두나라간 정치 경제 군사등 다양한 내용의 협력 방안을 담고 있는 `모스크바 선언'을 중심으로 이번 김 위원장의 방러 성과를 살펴본다.

▲양자 협력관계 복원 = 북한과 러시아는 우선 양국 경제협력에 최대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던 38억 루블로 추산되는 북한의 대러 채무 상환문제와 관련, 원칙적으로 상환하되 실무선에서 향후 구체협의를 통해 해결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양국은 또 북한 경제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전력난의 해결을 위해 러시아가 옛 소련의 지원으로 건설된 전력부문 공장.기업소의 지원.보수에 최우선순위를 부여하기로 합의했다.

또 군사적인 측면에서 김 위원장의 방러를 통해 구체적인 무기구매나 협정체결은 없었지만 가격이 비싼 전투기 등 첨단무기 대신, T-80탱크 도입과 러시아의 북한내 군수시설 복구 등에 상당한 의견접근을 이뤘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옴스크에 도착해 방산업체인 `트란스마쉬'를 방문해 T-80탱크 공장이나 5일 흐루니체프 우주센터 등을 돌아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며, 한.미 양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군사협정을 체결했다하더라도 공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TKR-TSR 연결사업 = 모스크바 공동선언이 철도연결 사업의 본격적인 실현단계 진입을 선포한 것은 김 위원장의 방러성과중 양자간의 `윈-윈'(win-win)사업으로 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러시아는 철도연결 사업이 구체화될 경우 연간 4억달러, 북한은 연간 1억달러의 통행료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러시아의 경우에는 현재 물동량보다 10배가량 많은 연간 50만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늘어나는 이점을 갖고 있다.

TKR-TSR 연결사업을 위해 양국은 노후화된 북한 철도의 현대화를 위해 러시아가 2억달러에서 20억달러 사이로 추정되는 자금을 지원하되 북한이 광물채굴권을 확보한다는데 의견을 좁히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역시 이를 위한 재원조달 방안은 최대 숙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김 위원장-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결과를 뒷받침하기 위해 북.러는 지난 14일 철도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에 대한 공동보조 =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문제 제기,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지지 및 미국이 추진중인 미사일방어(MD) 계획 반대를 밝힘으로써 미국을 겨냥, 공동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러시아와의 공동연대 구축이라는 측면보다는 미국이 북.미대화 3대 의제중 하나로 북한의 재래식 군비위협을 제기한데 따른 반작용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은 북.러 정상회담에서 오는 2003년까지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선언을 재확인함으로써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둘러싼 미국과의 협상폭을 넓히려는 시도를 했다.

▲한반도 정세 =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6.15 공동선언에 따라 남북이 자주적으로 한반도의 통일문제를 해결하는게 바람직하다는데 견해를 같이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이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남북대화 재개와 2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서울답방을 권유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지 않고 다소 유보적 입장을 보인 것은 우리측 입장에서 볼때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대목으로 평가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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