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북한이나 한번 둘러보시죠.”

처음 중국 단둥(丹東)에 발을 디딘 관광객들은 북한의 신의주 코앞에 위치한 압록강단교 부근에서 “북한에 다녀올 수 있다”며 호객하는 택시기사들의 유혹에 귀가 솔깃해지기 마련이다.

이달 들어 본격적인 관광시즌이 시작되면서 단둥의 압록강단교 부근에서는 북한 관광을 미끼로 현지실정을 잘 모르는 관광객을 속여 바가지를 씌우는 택시기사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단둥에서 발행되는 지역일간지 압록강만보(鴨綠江晩報)는 지난 19일자 신문에 장(張)모씨의 제보를 받아 이 같은 관광사기 실태를 폭로하는 기사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취재진이 제보를 받고 도착한 현장에는 택시기사 5∼6명이 차를 세워 놓고 관광객을 호객하고 있었다. 1인당 150위안(약1만9천원)을 내면 북한을 잠깐 둘러보고 돌아올 수 있다는 것. 현지 주민들은 대체로 이들의 말을 무시하는 편이지만 모처럼 큰 맘을 먹고 단둥을 찾아온 외지 관광객들은 쉽사리 속아 넘어가기 마련이다.

이들 택시기사는 “북한에 다녀오려면 수속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태연스럽게 “돈만 내면 차로 다녀올 수 있다”며 관광객들을 안심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택시기사들이 실제로 안내하는 곳은 압록강 태평만 수력발전소와 후산((虎山)장성 등이 고작이다. 기사들은 이곳을 오가다 북한 땅이 보이는 으슥한 곳에 택시를 세우고는 “이곳이 북한”이라며 관광을 권유하기도 한다. 그제야 관광객들은 속았다고 깨닫지만 외지에서 온 탓에 제대로 따져보지도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당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물론 불법이기는 하지만 택시기사들이 약속한 대로 북한에 잠깐 건너갔다 오는 경우가 없진 않은 듯하다. 10여 일 전 단둥변방파출소는 신의주쪽 강변에 배를 대려는 중국 어선을 발견하고 황급히 단속하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어선에는 관광객 4명과 여행가이드 1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 관광객은 “택시기사가 조선을 관광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는 우리를 어선에 태워줬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변방파출소측은 선주를 처벌하고 당시 배에 타고 있던 관광객들에게 단단히 준법교육을 시킨 뒤에 훈방조치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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