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을 위한 평양 순안비행장 영접행사에는 북한의 권력서열 상위 인물들이 대거 모습을 보였다.

김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인사한 뒤 맨 먼저 악수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대외적인 국가수반으로 김정일에 이어 권력 서열 2위이다. 노동당 국제비서를 거쳐 외교부장(현 외무상)만 10년 넘게 지내는 등 북한 외교의 총사령탑이었다. 최근 두 달 가까이 공석(공석)에 나타나지 않았으나, 비교적 건강해 보였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후 만수대의사당으로 김 위원장을 찾아가 별도 회담을 갖기도 했다.

유일하게 군복을 입은 사람은 조명록(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으로, 군부내 서열이 가장 앞선다. 북한의 군(군) 직제상으론 물론 국방장관인 인민무력상(김일철)이 최상위이고 그 아래에 군총참모장(김영춘)과 군총정치국장이 나란히 있다. 그러나 실제 권력 서열은 조명록, 김영춘, 김일철 순이다. 북한군은 인민무력상이 지휘하는 게 아니라, 노동당 군사위원회가 ‘지도’하고, 국방위원회가 ‘지휘’하고 있다. 때문에 당 군사위원회와 국방위원회에서의 서열이 실제 서열인 것이다. 조명록은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며, 김영춘과 김일철은 모두 부위원장이지만 김영춘이 늘 김일철보다 앞서 있다.

당 정치국 후보위원들인 최태복(최태복) 김국태(김국태) 김용순(김용순) 당비서는 노동당내 김 위원장의 핵심 브레인들로 권력 서열 20위권내 인물들이다. 이날 공항에선 김용순만 평소 서열과 달리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 김영대와 서기장 김윤혁 다음에 소개됐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자는 “권력서열이 바뀐 게 아니라, 최고인민회의(국회) 멤버들이 앞서 소개됐을 뿐”이라고 했다. 김 대통령 초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했지만, 실제 남북관계 일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태복은 최고인민회의 의장(국회의장)이며, 김국태는 대의원자격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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