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김대중(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첫 대면은 남북간 사전 합의에 따라 김 대통령이 평양 땅을 밟는 순간 이뤄졌다.

○…김 대통령과 공식 수행원이 탑승한 공군 1호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것은 오전 10시27분. 그 때 공항 입구에서 김 위원장과 김영남(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용순(김용순) 아태평화위위원장 등 북측 지도자가 등장하자 마중나온 평양시민들은 진홍색의 조화(조화)를 흔들며 “결사옹위” “김정일” “만세” 함성소리를 질러 공항이 떠나갈 듯했다.

김 위원장은 김 대통령이 탑승한 전용기 트랩 아래 중앙에 자리했다. 비행기 앞문이 열리자 김 대통령은 잠시 서서 승강기 아래 서 있던 김 위원장과 눈인사를 나눴고 두 사람은 같이 박수를 쳤다.

이어 김 대통령은 승강구를 내려와 김 위원장에게 다가서자 김 위원장도 서너걸음 앞으로 나오며 김 대통령과 역사적 첫 남북정상간 악수를 나눴다. 두 정상은 두 손을 맞잡고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이희호 여사에게 먼저 다가가 “반갑습니다”라고 환영했다. 남과 북의 정상간 첫 상봉이 이뤄지자 평양시민들은 노도처럼 “결사옹위 김정일” “만세” 등을 외치며 뛰면서 열광했다.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사열대 앞을 통과하자, 혁명음악대 책임자인 북측의 대좌가 큰 목소리로 “조선인민군 총사령관” 등 김 위원장의 직함을 열거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을 마중하기 위해 나왔습니다”고 큰 소리로 인사했다. 북측 화동(화동)들이 나와 김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김 위원장은 임동원 대통령 특별보좌역 등 우리 측 공식수행원을 소개받으며 “아 그래요”라며 아는 듯이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의장대 사열을 마치고 두 정상은 “김정일”을 외치며 열광하는 시민들 앞을 지나 승용차로 향했다. 김 대통령은 두 명의 시민과 반갑게 악수하며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김 대통령이 캐딜락 승용차에 오른 뒤 김 위원장은 왼쪽 문을 통해 옆자리에 동석했다. 남측 한 수행원은 “사실상 승용차 안에서 남북 첫 정상간 대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날 양측 경호원들은 개인 무기를 휴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의 한 안내원은 “경애하는 장군님이 나오셨다. 조국통일을 바라고 한 민족이라는 마음으로 나오셨다. 원래 잘 안 나오시는데, 무더운 날씨를 마다하지 않고 나오셨다”며 “통일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포용하실 수 있는 분이 우리 장군님이다”고 김 위원장의 공항마중이 이례적인 일임을 강조했다. 또 다른 안내원도 “김정일 장군님께서 넓은 가슴으로 나오신 것으로, 남측의 통일사절들이 그 뜻을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항 환영행사는 오전 10시 50분까지 계속됐다.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태운 캐딜락 승용차는 평양시가지로 향했다.

○…김 대통령과 김정일은 이동 도중 연못동에서 잠시 차에서 내려 북한 학생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환영 나온 인파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하고 악수도 나눴다. 평양시 입구에서부터 평양시민들이 연도에 늘어서 일행을 환영했고 꽃술을 열렬히 흔들면서 “만세” “김정일 결사 옹위(옹위)” 등 구호를 외쳤다. 환영인파는 6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평양의 인구가 220만명이니 대부분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는 안내원의 말도 있었다. 다른 안내원은 “어제 김 대통령이 오는 것으로 알고 공(허탕)을 쳤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백화원 영빈관에서 오찬을 마친 뒤 공식수행원들과 함께 만수대 의사당으로 북측의 국가원수인 김영남 위원장을 예방했다. 김 대통령은 최고인민회의 회의장을 둘러보다 “모든 것이 조화롭다. 아름답고 예쁘다”고 관심을 표명했고, 김일성화(화)에 대한 설명도 경청했다.

김 대통령은 오후 4시부터 1시간 동안 평양시내 만수대 예술극장에서 무용 등의 공연을 관람했다. 이날 공연장에는 남측 수행원과 북측 관계자 등이 500석 규모의 좌석을 가득 메웠다. 공연 후 김 대통령은 전 출연진이 도열해 있는 무대로 올라가 ‘대한민국 대통령 김대중 내외’라고 적힌 큰 꽃바구니를 전달했다.

○…김 대통령 내외는 오후 7시 10분 인민문화궁전에서 김영남 위원장 초청으로 열린 만찬에 참석했다. 만찬은 남측 수행단, 취재단 전원과 북측 주요인사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30여분간에 걸쳐 진행됐다.

김 위원장은 만찬사에서 “망국과 분열로 이어진 20세기 민족사는 외세의 간섭과 그에 영합한 뿌리깊은 사대주의의 후과”였다면서 북한식 자주론을 폈다. 김 위원장은 자주 평화통일과 김 대통령 내외의 만복 등을 위해 건배를 제의했다. 김 대통령은 답사에서 “21세기는 무한경쟁의 시대”라면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 민족도 남북이 하나 되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측 참석자중에는 여자 마라톤 선수 정성옥, 영화 ‘임꺽정’의 주인공 최창수씨 등 인민배우, 북송된 이인모 노인의 딸 이현옥씨 등이 눈에 띄었다. 이날 식단중에는 메추리 완자탕인 ‘륙륙(6·6) 날개탕’이 포함됐는데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당초 6월 12일로 예정됐던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기 위해 (6+6=12) 직접 이름을 지은 요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남북정상회담 공동취재단

김대통령 평양방문 첫날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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