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정상회담을 지켜보는 전 세계 시선 중 대만(대만)국민들의 시선에는 단순한 관심 이상의 애틋함이 담겨있다. 남북 예멘, 동서독의 통일에 이어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가인 한국과 자신들의 처지를 새삼 비교하고 있다. 대만 언론들은 13일 김대중 대통령의 서울 출발과 평양 도착을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대만의 대표적인 신문인 ‘중국시보(중국시보)’는 인터넷상에 ‘남북한 정상회담 특집(양한고봉회전집)’란을 마련했다.

“세계에 평화의 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동서독이 통일이 됐다! 남북한은 곧 정상회담을 개최, 통일문제를 한층 깊이 논의한다. 해협양안(해협양안·대만해협을 사이에 둔 중국과 대만)도 신정부 취임 이래 중국대륙과의 새로운 교류를 전개하려 한다. 남북한 정상회담 결과는 양안 장래에 거울이 될 것이다. ”

대만인들은 남북한 정상의 역사적인 만남과 관련, “남북한은 되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느냐”고 묻고 있다. 13일 중국시보에 게재된 한 기고문은 남북한과 양안관계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대만과 대륙은 기층 민간에서 많은 경제교류가 진행되고 있다. 비록 대륙 사람들은 대만으로 자유롭게 올 수 없지만 대만은 자유롭게 대륙을 방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양안은 정치대화를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 반면 남북한은 경제교류가 막 시작됐고 사람들도 자유롭게 왕래할 수가 없다. 그러나 남북한은 차관급, 장관급, 심지어 총리급 회담 등 고위급 회담을 진행해왔으며 이제 드디어 정상회담까지 개최한다. ”

기고문의 필자 궈충룬(곽숭윤)은 양측을 비교한 뒤 양안처럼 상층에서 하층으로 교류폭을 넓혀가야 할지, 아니면 남북한처럼 그 반대로 해야 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만 중앙일보(중앙일보)는 13일 서울발 기사에서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환구시보)’를 인용, 남북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를 예상 보도했다. 신문은 ‘북한 지도자 김정일이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및 국가보안법 철폐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런 추측엔 북한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과거처럼 남한을 ‘괴뢰’, ‘주구’로 비방하지 않고 비방 타깃을 미국에 맞추고 있는 것과 맥이 상통하는 것으로 신문은 보도했다.

대만은 남북한 정상회담이 중국에 떠도는 탈북자들에게 미칠 영향까지 조명했다. 중국시보는 “중국대륙에 떠도는 북한 난민들은 정상회담이 긍정적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북한에서 굶주리는 것보다 국경지역에 떠도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북한에 돌아가기를 원치 않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시보는 중국의 민족주의가 지나치게 강한 데 비해 대만은 이를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남북한보다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보도했지만, 영자지 차이나포스트는 낙관적이다.

차이나포스트는 논설에서 “남북한 지도자들이 정상회담에 합의할 수 있었던 것은 실용주의에 바탕했기 때문”이라며, “양안도 지금과 달리 실용적인 자세만 갖는다면 정상회담을 실현할 수 있으며 군사충돌도 막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시동기자 sdy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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