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실현된 13일, 서울 증시는 급락세로 마감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역사적인 첫 만남을 전후해선 매우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북녘 땅에서 들려온 함성에 박수로 화답하듯, 오전 한때 낙폭을 크게 줄이는 모습이었다. 이날 증권거래소시장의 주가지수는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급락세로 출발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서울공항에서 평양을 향해 출발한 오전 9시 38분, 주가지수의 낙폭은 21.06포인트까지 커졌다. 정상회담 호재를 이미 반영한 증시가 조정기에 들어서는 예고된 순서였다.

하지만 이 흐름은 오전 9시45분 북한 중앙방송의 갑작스런 발표로 역류(역류)하기 시작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공항에 나와 김대중 대통령을 영접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소식은 10시15분쯤 국내 언론을 징검다리로 투자자들에게 전해졌다.

주가지수는 수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낙폭을 크게 줄인 것이다. 22포인트 넘게 빠졌던 주가지수 하락폭은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악수를 나눈 오전 10시37분쯤 10포인트 선까지 줄어들었다. 코스닥시장도 마찬가지였다. 남북정상이 악수를 나누는 순간, 코스닥지수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개인투자자들은 코스닥시장에서, 기관투자가들은 증권거래소시장에서 이 시간에 매수량을 늘려나갔다. 세상사에 냉담한 투자자들이 역사적인 남북 정상의 만남에 ‘애국심’을 잠시 발동한 것일까. 반면, 외국인들은 팔자 기조를 이어갔다.

이 시간에 반등폭이 컸던 업종은 건설·무역 등 이른바 남북경협 수혜주를 비롯해 금융업종도 포함됐다.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대형주가 중형주에 비해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코스닥시장에도 역시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의 반등세가 두드러졌다. 이 같은 반등세는 남북 정상이 같은 차를 타고 숙소로 출발하면서부터 그대로 멈추고 다시 낙폭을 키워갔다.

증시전문가들은 이날 오전의 반등세와 함께 전날까지 서울 증시의 상승세를 ‘남북정상회담 주가’로 명명해도 좋을 것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12일 서울 증시가 상승세를 유지한 것은 남북정상회담이 하루 연기된 데 따른 조정기의 이월(이월)현상이었다는 견해도 있다.

‘남북정상회담 주가’는 이제 끝난 것일까. 부국증권 이동흡 리서치센터부장은 “정상회담의 심리적 효과는 끝났지만 남북 경협의 실질적 성과와 이산가족 상봉에 따른 효과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남북이 손잡고 만들어낼 수 있는 호재는 아직도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다.

/선우정기자 jsunwoo@chosun.com

13일 오전 주가지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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