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러시아 국민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고 벨기에 언론이 비판했다.

벨기에 대표적인 일간지인 '라리브르벨지크'는 6일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기간이 24일에 걸친 기록적인 수준이라며 이는 김 위원장의 경호 문제와 얽혀 러시아 국민들의 일상 생활에 엄청난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으로 지금까지 주요 철도노선 100여편이 4-8시간 연발착했으며 교외 노선 150여편이 아예 취소돼 러시아 국민 25만여명이 큰 불편을 겪었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이 신문은 철도편이 일방적으로 취소되거나 연발착되는 바람에 많은 모스크바 시민들이 기차역에서 무작정 몇시간씩 기다리거나 중요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며 교통편 환승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김 위원장의 모스크바 도착 당일에는 교통통제로 인해 시내에 막대한 교통체증이 빚어졌으며 크렘린 당국은 김 위원장의 방문으로 초래된 혼란에 대해 TV를 통해 사과방송을 내보내야 했다고 라리브르벨지크는 보도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김 위원장의 안전을 위해 이처럼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는데도 불구하고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는 신변안전을 우려해서인지 기차에서 한번도 내리지 않았으며 그를 실은 특별열차는 환영 인사들이 연도한 기차역들을 그냥 지나쳤다고 이 신문은 비판했다.

이 때문에 기차역에 연도한 러시아인들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환영 박수는 겉치레였을 뿐 아니라 비웃음에 가까운 것이었으나 김 위원장을 수행한 북한 당국자들은 러시아인들의 박수를 김 위원장에 대한 대단한 존경의 표시로만 치부했다고 이 신문은 꼬집었다.

이 신문들은 김 위원장이 6일 상트페테르스부르크를 방문함에 따라 모스크바에 이어 이 도시 주민들이 이같은 불편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평양으로 되돌아가는데는 다시 10여일이 걸릴 것이므로 러시아인들의 이런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이 신문은 김 위원장의 방문이 여러가지 면에서 러시아인들에게 과거 공산주의시대를 연상시켰으며 바로 그 때문에 그의 방문은 공산주의에 대한 향수를 경계시키는 '예방접종'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브뤼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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