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숭어 맛은 여전할까? 닭고기 찢어 얹고 녹두 지짐 올린 온반(온반)도 아직 그렇게들 먹고 있을까? 분단 55년. 오늘 첫 남북 정상회담 대표단이 평양으로 떠난다. 많은 실향민들에게는 두고 온 산하, 떠나보낸 세월과 함께, 결코 채워지지 않은 어머니의 미각이 기억의 상처로 남아있다. 대화가 성공하고 긴장이 완화되면 이산가족들이 만나고, 떠나온 고향을 찾아가 그 음식들 먹어볼 수 있을까. 서울 리츠 칼튼호텔은 남북 정상회담 기간 중 이 호텔 뷔페 식당에 숭어국과 어복 쟁반, 되비지, 평양 냉면을 특별 메뉴로 차린다. 숭어를 큼직 큼직 토막쳐 소금 간장 후추만으로 맛을 낸 평양식 숭어국은 마침 요즘이 제철. 여름 문턱에서 뜨겁게 땀내면서 시원하게 먹는 음식이다. 어복 쟁반은 서울에서도 꽤 여러 곳에서 맛볼 수 있는 메뉴로, 커다란 놋 쟁반에 양지머리와 유통, 우설 편육과 야채를 넣고 끓여먹는다,

부산 롯데 호텔도 30일까지 한식당 무궁화에서 북한 진미를 마련한다. 청포묵 무침과 강냉이 죽, 꿩 만두국이 나오는 ‘평양 대동강 상차림’과 가자미 식해, 함흥 냉면을 포함한 ‘백두산 천지 상차림’ 등이 정상회담 무드에 기댄 제빠른 입맛 장사다.

평양 정상회담 미각을 내 집에서도 재현할 수 있다. 서울식으로 달착지근해진 간이 아니라, 또 무작정 맵짠 것이 아니라, 무미(무미)에 가깝도록 투명하고 선 굵은 제 고장 맛에 도전해보는 길은 북한의 ‘조선료리협회’가 펴낸 ‘이름난 평양 음식’에 의지해서다. “세상에 태어나서 밥 술을 뜰 때 처음으로 맛들인 것은 내 어머니가 메주를 쑤어 손수 담근 토장이었네~”라고 토속 입맛을 찬미하는 ‘토장의 노래’로 시작하는 이 책은 ‘평양 랭면’과 쟁반 국수, 단고기 국, 소발 통묵(족편), 대동강 숭어국, 잉어회와 녹두묵 채를 다채롭게 소개하고 있다. 조리법이 단순하고 양념을 많이 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고기 볶는 법이나 김 손질은 지금 한국에서 하는 것과 조금 다른 것이 눈에 띈다. 요즘 철에 맞는 음식은 대동강 숭어국과 녹두묵 채, 단고기 국. 이 책에 실린 조리 법을 소개한다.

/박선이기자 sunnyp@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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