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2일,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을 수행하는 국내 인사들은 갑자기 하루 일정이 없어짐에 따라 평소보다 더 조용한 하루를 보내며 방북을 준비했다.

대통령 주치의 허갑범(허갑범) 연세대 의대 교수는 오전에는 외래 환자를 진료하고 오후에는 연구실을 지켰다. 허 교수는 “원래 예정에 없던 외래라 환자가 평소보다 더 적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180여명이 가기 때문에 의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말도 같은 말을 쓰니 다른 해외 여행 때보다 오히려 더 편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오후 1시쯤 출근, 매주 월요일 열리는 회장단 사무국 직원 회의를 진행하며 하루를 보낸 차범석(차범석) 예술원장은 “분단 이후 첫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고 있지만 마음은 생각 외로 담담하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극단 ‘신시’가 무대에 올리는 ‘로마의 휴일’ 번역 작업에 열중인 차 원장은 오후 3시30분쯤 “오늘까지 원고를 마감하기로 했다”며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평소 밤 12시쯤 잠에 든다는 차 원장은 이날 “가볍게 술 한잔 하고 일찍 잠에 들어야 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성계 대표로 수행단에 참여한 이화여대 장상(장상) 총장은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하루종일 북한 사회 전반과 여성계에 대한 관련 자료를 읽으며 차분히 방북을 준비했다. 장 총장은 “북한 전문가가 아니므로 실수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이대 관계자는 전했다.

평안북도 용암포 출생인 장 총장은 미국에 있는 언니에게 전화를 걸며 감회를 나눴으며, 북한에 가서 입을 한복 정장을 한 벌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북한을 방문했고, 현재는 남북 단일 축구팀 구성 등에 힘쓰고 있는 정몽준(정몽준) 축구협회 회장은 오전 축구협회 사무실에 잠깐 들른 것 이외에는 특별한 일정을 갖지 않았다.

정 회장은 남북 정상회담이 오는 10월 레바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 참가하는 남북 단일팀 구성 문제에 촉진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축구협회 관계자는 밝혔다.

LG그룹 구본무(구본무) 회장도 정상 출근해 국제물류센터 북한 건설 사업, 전자산업 등 그룹이 추진중인 대북사업을 다시 점검했다.

/정성진기자 sjchung@chosun.com

/장일현기자 ihj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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