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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조·중·러 공조 이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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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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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相禹 서강대 교수
8월 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조·러 모스크바 선언’에 합의하고 이를 공표하였다. 8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 공동선언의 내용은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1972년에 체결한 러시아와 미국 간의 ABM 조약(요격미사일제한조약)의 지속 필요를 지지한다는 것으로, 미국의 미사일방어계획(MD)을 함께 반대한다는 내용(제2항)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북한의 미사일은 비군사적인 것이므로 미국 MD계획의 구실이 될 수 없다는 북한 주장에 대한 러시아의 동조다.

둘째는 북·러 간의 협력체제 강화 약속이다. 한동안 소원했던 양국관계를 다시 동맹관계로 끌어올리고(제3항), 정치·경제·군사·과학기술·문화 영역에서의 협조를 다짐하고(제4항), 구소련이 건설해주었던 기업소의 재건을 러시아가 도울 것(제5항)과 철도 연결사업을 곧 실천한다는 것(제6항) 등을 합의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전력사업 등에서 러시아가 한국 등 제3국의 재원을 얻어 북한에 지원한다는 합의다.

그리고 세 번째 영역은 북한의 대미 협상전략을 러시아가 후원한다는 내용들인데, 유엔헌장의 내정불간섭 원칙 공동확인(제1항), 한반도 통일에서의 외세배격 지지(제7항), 그리고 북한의 미군철수 요구에 대한 러시아의 지지(제8항) 등이 이에 해당한다. 남북한은 이미 (6·15 선언) ‘하나의 조선’을 전제로 하는 자주통일 원칙을 합의한 상태이므로 미국의 남한 주둔은 유엔헌장 위반이며, 앞으로 주한미군은 물러나야 하고, 미국은 북한의 어떠한 통일 노력에도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이번 조·러 공동선언과 9월 장쩌민(江澤民)의 평양 방문에서 이루어질 조·중 선언, 그리고 지난 7월 15일 맺어진 중·러 우호조약 등을 합치면, 이른바 조·중·러의 ‘항미연대(抗美連帶)’가 완성되는 셈이다. 북한은 미국 및 한국과의 회담을 유리하게 시작할 수 있는 국제적 지원체제를 완성해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한·미·일 공동협의체제에 홀로 맞서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있어 대미접촉을 유보해 왔다. 그러나 이제 처지는 역전된 것으로 보인다. 한·일, 한·미 간에 불협화음이 새어나오는 등 한·미·일 공동협의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북한은 조·중·러의 3각협력체제를 굳힌 셈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다음 행적을 미리 점쳐보자. 우선 미루어 놓았던 대남협상을 시작할 것이다. ‘남북 평화통일 선언’을 유도하여 한국이 ‘하나의 조선’ 원칙을 수락하도록 만들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군의 한국 주둔은 내정간섭이 되므로, 대미협상에서 미군 철수를 강력히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은 한국과의 회담에서 전력지원과 철도연결에 대해 합의하려 할 것이다. 이것들은 한국 정부가 원하는 것들이므로 쉽게 이루어질 것이다. 단 북한의 전력시설 건설과 철도개량 사업은 한국이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이어 북한은 대미협상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강력히 요구하는 두 가지 전제조건인 테러행위 포기선언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는 이번 조·러 공동선언에서 이미 간접적으로 수용했으므로 회담개시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북한은 이 선언에서 국제테러 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순응할 것을 간접 약속했으며(제1항), 또한 평화목적으로만 미사일을 개발하겠다고 다짐했다(제2항).

이제 거세질 북한의 회담공세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나갈까 하는 문제가 남는다. 우선 한국과 미국을 나누어 시작할 북한의 회담공세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문제다. 남북한 관계의 본질적 개선 없는 상태에서의 미·북회담 진전은 한국의 고립을 가져올 것이다. 특히 실체가 없는 ‘남북 통일선언’ 같은 것에 합의하게 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북한의 움직임을 아전인수로 해석하지 말고 북한의 의도와 연결해서 분석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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