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은 4일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8개항의 ‘러·북 모스크바 공동성명’을 발표, 상호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재확인했다.

북한 미사일 문제 =러시아는 지금까지 북한 미사일 문제는 ‘세계평화에 위협이 되지 않으며, 따라서 별 문제가 아니다’라는 식의 피동적인 입장을 보여왔으나, 이번에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 계획은 평화적 성격을 띠는 것”이라며 “북한의 자주권을 존중하는 그 어떤 나라에도 위협적 요소가 아님을 확인하며, 러시아 연방은 이를 환영한다”고 적극적 입장을 밝혔다.
이는 러시아가 ABM협정에 대한 북한의 지지를 받는 대가로 북한 미사일 개발에 대한 대미 ‘방어벽’을 쳐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주한 미군 문제 =당초 주한미군 문제가 이번에 주요 의제가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러시아는 적어도 공개석상에서는 주한미군 문제는 ‘한국과 미국간의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이 이번에 다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러시아는 북한의 입장에 「이해를 표시」했다.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이 주한미군 주둔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일부 주장은 잘못된 것임이 드러난 셈이다.

철도 연결과 경제협력 =러시아는 이번에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북한측에 상당히 양보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그 대가로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고자 했음이 드러난다. 공동성명의 표현을 보면, 이제 TSR의 남북한 철도 연결 문제는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적극적인 실현단계」에 들어섰다. 또 러시아는 과거 소련이 건설했으나 최근 부품문제 등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는 북한 공장을 재가동시키는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북 군수 지원 =이번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의 대북한 군수지원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러시아 국영 무기수출 회사인 로스보오루제니예사(社)의 한 관계자는 “결국 대금 결제문제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을 요구하는 북한과 ‘판매’를 원하는 러시아가 간격을 좁히는 데 실패한 것 같다는 시각이나, 대외적인 파장을 고려해 공표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 모스크바=황성준특파원 sjhw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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