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4일 서명한 북.러 모스크바선언에는 '무기거래' 폭을 짐작케 하는 내용은 없으나, 군사협력 부문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음을 암시해 주목된다.

북한은 5일 '두나라 양국 최고 수뇌들은 정치, 경제, 군사, 과학기술,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쌍무적인 협조를 가일층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과 조치들에 대하여 합의했고, 일련의 해당한 협정들이 체결된데 대하여 만족스럽게 지적했다'고 모스크바선언 4번째항을 전했다.

비록 공동선언에 무기거래를 지칭하는 문구를 넣지는 않았으나 '군사 등 다방면에서 쌍무적인 협조를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과 조치들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힌 점은 무기거래 등 군사협력 부문에 진척이 있음을 시사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공동선언은 무기거래의 주요 걸림돌이 돼왔던 옛소련 당시 외채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및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문제가 원만히 해결됐음을 밝혀 이같은 분석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북한은 이들 문제와 관련, '쌍무결제에서의 과거문제(채무관계)들을 조정하는데 기초하여'(5항),'조선과 러시아 철도연결 사업이 본격적인 실현단계에 들어선다는 것을 선포'(6항) 등의 표현을 쓰면서 양국간 조정을 마쳤음을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여러 정황상 북한과 러시아는 정상회담에 앞선 실무회담에서 무기거래 등 군사협력 분야에서 심도있는 논의를 벌여 일부 품목에 대한 거래에 합의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관련부처에 현황파악 지시가 내려졌다'고 말했다.

무기거래와 관련, 북한과 러시아는 그동안 외채상환과 철도연결 문제를 지렛대로 삼아 줄다리기를 계속해온게 사실이다.

러시아는 지난 4월 김일철(金鎰喆) 북한 인민무력부장 방러시 무기거래에 앞서 외채상환 프로그램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었다.

또 러시아는 최근 북한의 철도 현대화 사업에 소요되는 20억달러를 전액 현물로 지원하되 북한의 요구에 따라 인건비나 일부 북한 설비이용료 등을 군사장비로 제공한다는데 합의했다고 정부 소식통이 확인한 바 있다.

북한이 눈독을 들이는 러시아제 첨단무기는 방공망 강화를 위한 S-300 지대공미사일과 대공레이더 항법시스템, 미그-29 전투기, 해군력 보강을 위한 4천t급 이상 대형군함, 지상군 전력 강화 차원의 T-80.90 탱크 등 10여종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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