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4일 합의한 북·러 모스크바 선언은 지난해 7월 두 정상이 평양에서 채택한 공동선언과 내용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을까.

큰 틀에서 보면 이번 모스크바 선언은 8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어 작년 공동선언의 11개 항목보다 적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 새로 추가된 것과 누락된 사항이 있다.

우선 작년에 없던 주한미군 철수문제,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연결문제 등이 올해 모스크바 선언에서 포함됐다.

주한미군 철수문제는 지난 1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취임 이후 단절된 북.미 대화의 재개와 관련, 미국이 제시한 3대의제에 대한 반작용으로 북한의 입장이 강력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TKR-TSR 연결사업은 러시아의 입장에서 볼때 현재 물동량의 약 10배 정도를 늘릴 수 있는 사업인 관계로 남북간 철도연결 사업이 다소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희망이 투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북·러 양측은 '북한과 미국, 일본과의 회담 과정에서 성과가 이룩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언급했다'고 미·일과의 대화를 적시,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해 이같은 대화의 진전이 중요하다는 모양새도 갖췄다.

한편으로 이번 모스크바 선언은 지난해 공동선언에서 명시됐던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제계획에 대한 비난을 구체화하지 않고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의 준수도 그 강도를 낮췄다.

또한 작년 공동선언 제2항이 '양국은 북한 또는 러시아에 대한 침략위험이 조성되거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주는 정황이 조성돼 협의와 상호협력을 할 필요가 있을 경우 지체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고 명시한 부분을 제외시켰다.

이는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이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국제적 함의를 분명히 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게 외교 분석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작년 6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합의한 남북대화의 원칙, 북·러 간의 상호 긴밀한 협력관계, 유엔헌장을 비롯한 국제원칙 준수 등은 작년과 올해 공동선언에 모두 언급돼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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