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아픔을 가장 뼈저리게 느껴온 남북 이산가족의 한이 이번에는 풀릴까.

김대중 대통령이 첫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13일 평양을 방문하면서 실향민(실향민)들의 가슴이 설레고 있다. 정상회담이란 적십자회담이나 고위급회담과 차원이 다른 만큼 결실도 크리라는 기대 탓이다.

더구나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 접촉 우리측 수석대표였던 양영식(양영식) 통일부 차관이 9일 민주당에 가서 “(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문제의 결정적 전기(전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 한껏 기대를 증폭시켰다. 실제 정부 주변에서도 이번에는 이산가족 문제의 물꼬를 틀 수 있으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선적으로 올 추석 때 고향방문이 이뤄질 것”, “면회소 설치도 가능하다”는 얘기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이는 실무 접촉 당시 북한측 대표들이 우리 측의 이산가족 문제 제기에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비공식 접촉 때는 더욱 진전된 반응을 보인 데 근거하고 있다고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설명했다. 또 이번 정상회담 개최가 북한 측의 경제난에 직접 기인하는 만큼 북한 측이 우리 측의 경제지원에 걸맞은 수준의 이산가족 재회에 응할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 방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자유왕래, 단기간의 고향방문, 면회소 설치, 서신교환, 생사·주소확인…. 북한 측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자신있게 얘기할 사람은 없다.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이란 형식으로 결말지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체제유지에 위협이 될 만한 정도의 인적 교류에는 북한 측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일반적 기대와는 다른 유보적 견해도 있다. 첫 정상회담인 만큼 북한 측이 종래의 대남 선전선동에 열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북대화에 깊이 관여했던 한 인사는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등 조국통일 3대 원칙에 따른 기존 주장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더 높다”며 기대를 크게 갖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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