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수행하는 10명의 공식수행원들도 12일 바쁘게 움직였다.

◆청와대

한광옥 비서실장은 이날 아침 방북 전 마지막 수석회의를 주재하면서 “대통령의 평양 체류 중 당정간 비상체제를 가동, 비상시 국정운영에 한치의 착오가 없도록 하라”고 선임수석인 김성재 정책기획수석에게 당부했다. 한 실장은 “민족사에 영원히 기록될 통일을 위한 화해와 협력의 대장정을 시작하면서,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대통령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데 최선을 다해 보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원탁 외교안보수석도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기도하면서 대통령을 바로 보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박준영 공보수석은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체제의 물꼬를 트도록 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박 수석은 특히 평양취재단의 취재·보도에 따른 미합의 사항에 관해 평양에 가 있는 김성진 보도지원비서관과 조율작업을 벌였다.

방북팀의 재계 인사들과 함께 대북 경제협력 사안을 타진하게 될 이기호 수석은 종일 관련자료를 숙독하느라 분초를 다투는 모습이었다. /김민배기자

◆관련 부처들

박재규(박재규) 통일부 장관은 이날 “그동안 정상회담 준비로 빠듯한 시간을 보내왔다”면서 “하루 순연으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살필 수 있게 돼 오히려 정상회담을 알차게 꾸밀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통일부 직원들 대부분은 롯데호텔에 마련된 정상회담 서울 상황실과 프레스센터에 파견 나가 있었는데, 이들도 “이번처럼 통일부가 관심의 초점이 된 적이 없었다”며 사명감에 들뜬 모습이었다.

서울 상황실은 평양의 선발대와 직통전화로 연락하며 북 측 준비상황을 수시로 챙기는 등 24시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프레스센터는 12일 낮12시 현재 내신 116개사 708명, 외신 185개사 570명 등 1278명의 취재진이 프레스 카드를 신청했다.

이헌재(이헌재) 재경부 장관은 이날 외부인사를 만나지 않고 집무실에서 남·북한 간 경제협력을 위해 정비할 필요가 있는 제도에 대한 서류를 검토했다.

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밀사역을 맡았던 박지원(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은 “4월 10일 발표 후 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밤잠을 제대로 이룬 날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그러나 “이번 회담은 어디까지나 두 정상간의 만남으로, 내 역할은 회담 성공을 위해 측면 지원하는 게 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정상회담 성사의 북 측 파트너였던 송호경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다시 접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건이 허락한다면 문화부 장관으로서 (북한의) 상대 인사와 만나 관심사를 논의하고 북 측 의사를 타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홍석준기자 ud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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