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 동포들은 55년 만에 처음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상회담 모습을 생중계하는가 하면, 화해의 음악회를 여는 등 회담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미국

재미 기독교단체들은 지난 3일부터 12일까지 로스앤젤레스, 애틀랜타, 워싱턴, 뉴욕 등 6대 도시에서 ‘남북한 화해를 위한 기도와 음악회’를 잇달아 개최하고 있다. 국제전략화해연구소(이사장 손인화 목사)가 주최하는 이 행사에서 모은 헌금은 북한의 장애인용 휠체어와 산모용 항생제를 사서 보내는 데 쓸 예정이다. 손 이사장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와 남·북한의 진정한 화해를 위해 미국 전역의 교포들이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의 한인 TV방송인 KTE와 KTAN은 남북정상회담 실황을 위성으로 생중계해 교포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키로 했다.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의 서울공항 출발, 평양 도착,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만찬 등 각종 행사, 김 대통령의 판문점을 통한 서울 귀환 모습 등을 본국의 KBS와 MBC로부터 직접 위성으로 받아 동시 방영키로 했다고 두 방송사 측은 밝혔다.

◆일본

재일동포들은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민단이나 조총련계 모두 기본적으로는 “기쁜 일로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한편으로는 ‘기대 반 우려 반’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윤대진(윤대진) 나고야(명고옥) 한국학교장은 “여러 면에서 재일동포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며 “정상회담이 잘 되면 민단에서도 여러 가지 면에서 조총련계 동포들과 교류하는 움직임이 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족교육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회담이 좋은 재료가 되고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상대방과) 교류하고 싶어도 못했던 사람들이 이제 조직적으로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조총련계 동포들도 ‘장군님의 영도력 덕분’이라는 토를 달기는 하지만 회담 성공을 기원하기는 마찬가지다. 조선청년동맹을 중심으로 한 도쿄의 일부 청년들은 10일 도쿄 시내에서 ‘통일집회’를 열어 회담에 성과가 있기를 당부했다.

◆중국

중국 조선족 동포들은 남북정상회담이 가져올 한반도의 화해와 교류를 바라면서도, 지나친 기대는 삼간 채 회담 진행과정을 차분히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북한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들은 50여년 만에 찾아온 첫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대치 구도를 바꾸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라지만, 북한 정권의 특성상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면 곤란하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중국의 200만 조선족 동포들은 한반도 분단 이후 남·북한 정권의 틈바구니에서 숱한 심리적 갈등을 겪었다.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편을 들면 남한의 미움을 받고, 남한을 도와주면 북한으로부터 배척되었기 때문이다.

북한문제를 연구하는 조선족 학자들 역시 어렵게 맞은 남북정상회담에 기대를 걸면서도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주문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 교의 조호길(조호길) 교수는 “그동안 미국과만 대화하려던 북한이 한국과 만나려 한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며 “회담은 잘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소련

구소련 지역 거주 한인들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열렬한 환영을 보내고 있다. 한국인이라고도 조선인이라고도 할 수 없어 스스로를 ‘카레이스키(고려인)’라고 부르고 있는 이들은 이번 남북회담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조 바실리(50) 고려인연합회 회장은 “연합회 명의로 남북정상회담을 축하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김대중, 김정일 두 남북 정상에게 보냈다”고 밝히면서 “이번 정상회담이 통일을 위한 대화의 첫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중기자 midway@chosun.com

/동경=권대열기자 dykwon@chosun.com

/모스크바=황성준기자 sjhw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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