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블라미디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은 4일과 5일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통해, 주요 국제현안에 대한 양국의 기본 입장을 밝히는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거론되는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다음과 같다.

북한 미사일 개발 문제

러시아는 ‘북한의 미사일 계획은 전세계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 개발이 미국 미사일 방어(MD)계획의 명분이 될 뿐 아니라, 작년 7월 푸틴의 평양 방문시 김정일로부터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제3국의 지원을 대가로 미사일 개발계획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들었기 때문에, 후속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5일로 예정된 김정일의 흐루니체프 우주·항공센터 방문이 주목된다. ‘미국이나 한국 돈으로 (평화용) 러시아 로켓을 북한에 사 주는 식’의 해결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의 한반도 연결 문제

러시아는 이 문제를 ‘21세기 국가 생존전략 문제’ 차원에서 중시한다. 세계 물류가 대개 바다로 이뤄지기 때문에 대륙국가인 러시아가 해양국가인 미국에 패배할 수밖에 없었으며, 따라서 TSR를 통한 ‘철의 실크로드’ 재건이 러시아 부흥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우선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불량배 국가’라는 국제적 이미지를 개선해야 TSR문제가 해결된다고 러시아 관리들은 생각한다. 현재 연간 약 100만개의 컨테이너가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고 있다. 이 가운데 TSR를 지나는 것은 5%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TSR가 한국 철도와 연결된다면, 20만~50만개의 컨테이너가 TSR를 통해 운송될 것이라고 러시아는 추산하고 있다.

북한의 러시아제 무기 구입

북한은 러시아제 신형무기 구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러시아도 몰락하는 군수산업 재건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무기 수출에 찬성이다. 말만 많지 막상 러시아제 무기구입에 인색한 한국에 대해 ‘질투’를 유발시키는 효과도 있다. 단지 결제방식이 문제다. 북한은 외화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러시아 군수공장은 일부라도 선금으로 받지 않으면 공장을 돌릴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

이 역시 러시아는 TSR와 연결시키려 한다. 북한이 일부 북한 철도의 이용권을 러시아에 넘겨주는 대가로 결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이용권의 일부를 다시 한국 등에 넘기면 자금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모스크바=황성준 특파원 sjhw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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