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이 도착한 모스크바의 야로슬라프 역은 그의 도착을 몇 시간 앞둔 3일 오후부터 연방경호국(FSO)과 경찰들에 의해 사실상 봉쇄됐다. 인근 콤소몰스카야 광장과 콤소몰스카야 지하철역 주변에서는 철저한 검문검색이 진행됐는데, 특히 동양계 남자의 경우는 몇 발자국 움직일 때마다 검문을 받아야만 했다.

이날 오전엔 역 정거장에 3일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제보가 접수돼 경찰이 긴급 수색작업에 나서는 소동이 빚어졌다고 모스크바의 에코 라디오 방송이 보도했다. 이날 오전 8시(한국시간 오후 1시) 정거장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익명의 제보전화를 받은 경찰은 현장을 즉시 폐쇄하고 수색견을 동원해 1시간여 동안 수색활동을 벌였으나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4일 열릴 러·북 정상회담에서는 직후 기자회견이 계획돼 있지 않다고 크렘린 궁 대변인실이 2일 발표했다. 크렘린 궁은 북한측이 기자회견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정일 위원장은 26일 러시아 땅에 들어온 이래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기자와 접촉하지 않았다. 지난 달 31일 옴스크에 도착했을 때 수많은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었으나, 50m 이내로의 접근이 엄격히 제한됐다.

○…김정일 위원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동안 북한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러시아의 인권운동가들이 2일 밝혔다. 인권운동가 아리오나 아사노바는 “북한의 인권 준수와 민주주의 재확립 등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당국에 집회 허가 신고를 마쳤다”고 말했다고 인터르 팍스 통신이 2일 보도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달 31일과 1일 이틀간 옴스크에 머물며 바쁜 일정을 보냈지만 그의 방문을 나타낸 가장 확실한 증거는 소총을 든 위장복의 저격병들이 배치되는 등 경비가 강화된 것밖에 없었다고, 뉴욕 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가는 곳마다 민병대가 배치되고 길가의 음식점은 ‘청소시간’이라며 문을 닫았으며, 연방보안위원회(FSS) 요원들이 나타나 기자와 불청객의 접근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황성준 특파원 sjhw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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