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이 북행(북행)길에 오른다. 1시간쯤 뒤에는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고, 몇 시간 후에는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대좌한다. 분단 55년 만에 처음있는 ‘역사적’인 일이다. 182명의 방북대표단에는 ‘남측 취재기자단’ 50명도 함께 한다. 참여 희망 언론사와 기자들은 넘쳤지만 수는 제한됐다. 신문사 25명, 방송사 25명. 물론 카메라맨과 기술요원들까지 포함된 것이다.

이 50명의 취재단이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말 한마디와 표정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 진력할 것임은 당연하다. 이들이 평양에서 송고한 기사가 서울에 몰려온 570여 외신기자들을 통해 ‘서울발(발) 뉴스’로 전 세계에 타전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양의 모든 것’을 전하려는 취재단의 열망과 이를 알고자 하는 바깥 세계의 기대는 어쩌면 다소 실망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것이 취재단의 일원으로 출발을 앞둔 기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우선 취재기자들의 수가 절대 부족하다. 30년 전인 70년 3월 19일, ‘브란트·슈토프’간 동서독 정상회담의 취재단은 51개국 616명이었다. 동독은 하루짜리 정상회담에 150여명씩의 동·서독 기자와 외신기자 300여명에게 취재증을 발급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취재단 수가 제한돼 평양에 기자를 못보내는 국내 언론사들에 ‘취재 기회 봉쇄’라는 상대적 불이익이 가지 않게 하기 위해 취재진은 ‘공동취재단’을 구성했다. 취재와 기사 작성이 모두 공동으로 이뤄지는 ‘풀(pool)제’를 도입한 것이다. 평양에서 일어나는 일은 국내 모든 신문이 똑같은 내용으로 보도하게 될 것이다.

과거의 동·서독과 지금의 남·북한은 같은 분단국이면서도 차이점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70년 동·서독 정상회담과 2000년 남·북한 정상회담을 취재·보도하는 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김민배 정치부차장 ba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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