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동해안 최북단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현대아산 초청으로 1박2일 금강산 체험학습을 다녀왔다.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명파초등학교 어린이들과 선생님들은 8일과 9일 1박2일 일정으로 금강산 현장학습을 다녀왔다.

전교생이라야 고작 25명에 불과해 대도시 학교 1개 학급의 어린이들보다 수가 적은 명파초등학교가 금강산 체험학습을 다녀오게 된 것은 지난해 3월 부임한 최종하 교장(55)이 현대아산에 보낸 한통의 편지가 계기가 됐다.

명파초등학교에 부임한 최 교장은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초등학교로 금강산과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어려운 농촌 여건상 어린이들이 쉽게 금강산을 갈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같은 해 4월 현대아산에 "어린이들에게 금강산을 한번 보여주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편지를 보냈던 것.

최 교장의 편지를 받은 현대아산은 적절한 시기에 어린이들의 금강산 체험학습 초청을 약속했고 드디어 올해 2월 8일 오전 어린이들은 금강산을 찾아 나섰다.

오전 8시45분 어린이들을 태우고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출발한 관광버스는 이내 남방한계선의 육중한 철책을 통과해 비무장지대로 들어섰다.

사진과 그림으로만 보던 비무장지대에 들어섰다는 것이 신기한 어린이들은 차창 밖의 풍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옆자리, 앞뒤 자리에 탄 친구들과 재잘거렸다.

그러나 이도 잠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지역으로 들어가면서 나타나는 북측 군인들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부터는 이내 침묵이 찾아왔다.

말로만 듣던 북측 지역에 들어왔다는 것을 모두가 실감하는 순간, 어린이들의 눈빛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북측지역 출입사무소로 통과한 관광버스는 동해선 육로를 달려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금강산 온정각에 도착했다.

온정각에서 10여 분간 휴식을 취한 어린이들은 곧바로 구룡연 탐방에 나섰다.

온정각에서 구룡연 구룡폭포까지는 왕복 3시간 정도.

내린 눈이 얼어붙어 미끄러운 길이었지만 어린이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단숨에 구룡폭포에 올랐다.

구룡폭포 맞은편 전망대에 도착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 내기에 바쁜 장지수(14)양은 "산길을 오를 때는 무척 힘들었지만 말로만 듣던 아름다운 구룡폭포 직접 보니 힘든 것도 다 잊어버리게 됐다"고 말했다.

임주희(10)양도 "폭포가 얼어 붙어 물줄기는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학교에서 배운 구룡폭포에 왔다는 것이 무척 기쁘다"고 자랑했다.

구룡폭포 탐방을 마친 어린이들은 하산길에 목란관에서 생전 처음 맛보는 북한 음식으로 허기진 배를 달랬다.

산채비빔밥 등 메뉴 대부분 남한 음식과 이름이 같았지만 '온반'이라는 음식은 이름부터가 특이했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온반'이 따뜻한 국물에 밥을 말아 주는 것, 즉 남한의 '국밥'과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오후는 교예 관람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금강산 관광객이 급격히 줄면서 어느 정도 인원이 차지 않으면 공연을 하지 않는데다 이날 금강산을 찾은 관광객이 명파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비롯해 당일과 2박3일 관광객을 전부 합쳐도 얼마 되지 않는 사정으로 인해 기대했던 교예 관람은 무산됐다.

대신 어린이들은 금강산 관광 초기의 해상관광시 유람선이 접안했던 고성항 일대를 돌아보고 첫날 일정을 마감했다.

현장학습 이틀째인 9일.

이날 일정은 만물상 견학이었다.

하지만 8일 오후부터 시작된 궂은 날씨가 이어지며 만물상 견학에 빨간불이 켜졌다.

온정리에는 비가 내리지만 해발 936m의 만물상 코스 천선대에는 눈이 내려 어린이들이 등반이 사실상 어려웠기 때문.

가파른 철계단을 굽이굽이 올라가는 코스여서 어린이들에게는 무리라고 판단한 인솔교사들은 학습코스를 해금강과 삼일포로 수정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눈에 보인다는 해금강을 찾은 어린이들은 북측 안내원의 설명에 귀를 쫑긋했다.

"육지의 금강산이 바다까지 이어졌다고 해서 해금강이라고 부른다..."
학교에서 배워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어색한 억양의 북측 여성안내원 설명에 어린이들은 마냥 신기해 했다.

이어 찾은 곳은 삼일포.

호수 주변산책로를 걷던 한 어린이는 "고성의 화진포와 똑 같다"며 "여기가 북한 땅인지 남한 땅인지 구분이 안 간다"고 했다.

현장학습을 준비할 때 "금강산을 꼼꼼히 살펴보고 아름다운 모습을 두 눈 가득 담아 오겠다"고 다짐했던 함지현(12)양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금강산이 좋았으나 북한 마을과 사람들의 모습은 안타까웠다"며 "아름다운 장면을 두고두고 되살릴 수 있도록 그림이나 글짓기로 금강산에 대한 기억을 오래오래 간직하겠다"고 소감을 대신했다.

최종하 교장은 "이번 체험학습이 어린이들에게는 북한과 금강산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같은 기회를 제공해준 현대아산에 다시 한 번 감사함을 전한다"고 밝혔다.

현대아산 고성사무소 김진석 소장은 "금강산 관광 출발지이자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명파초등학교 어린이들이 금강산을 보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듣고 현대아산이 전교생과 교사 모두를 초청하는 행사를 개최했다"며 "이번 행사가 어린이들에게 금강산을 접하는 좋은 기회가 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금강산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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