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과학원 지리학연구소가 펴낸 ‘조선의 산줄기’. 지리학연구소는 94년 8월부터 이듬해 말까지 우리나라 지리와 산줄기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와 재검토작업을 벌여 산줄기 체계를 새로 정립했다.

북한 과학원 지리학연구소가 90년대 중반 우리나라 지리와 산줄기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와 재검토작업을 벌여 산줄기 체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그것을 한 권의 책에 담아 펴낸 지리서이다. 크라운판 크기에 두께는 150여 쪽으로 99년 과학기술출판사에서 발간됐다. 총 4개장과 부록 및 참고문헌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선의 산줄기』는 책머리에서 94년 8월부터 이듬해 말까지 지형·지질조사자료와 인공위성정보자료, 수많은 역사자료를 전면적으로 분석, 검토하고 현지답사를 통해 우리나라 산줄기 형성과 변화과정을 새롭게 해명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백두산에서 시작해 두류산을 지나 태백산을 거쳐 지리산줄기의 구재봉(경남 하동)까지를 잇는 산줄기가 하나로 이어져 있으며 이것이 우리나라 척량(脊梁; 등성마루)산줄기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확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이 산줄기를 "백두대산줄기"로 명명했다. 총길이는 1470km(3760여 리), 평균 높이는 1170m.

이 책에 따르면 백두대산줄기에는 북서-남동방향 또는 북동-남서방향으로 ▲백두산줄기 ▲부전령산줄기 ▲북대봉산줄기 ▲마식령산줄기 ▲철령산줄기▲태백산줄기 ▲소백산줄기 ▲지리산줄기의 8개 산줄기가 속해 있다. 철령산줄기(623고지∼깃대봉: 강원도 안변·통천·회양)는 과거에 모르고 있다가 새로 확인했고, 내장산에서 달마산을 잇는 무등산줄기 등 7개는 새로운 이름으로 바꿨다. 또 낭림산줄기와 차령산줄기는 구간을 변경했으며, 기존의 강남산줄기와 광주산줄기는 그 형태가 불분명하다 하여 없애버렸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서해사면 산줄기(68개), 동북사면 산줄기(26개), 남해사면 산줄기(11개) 등 105개의 산줄기와 가지산줄기가 추가로 소개되어 있다. 부록에는 80여 개에 이르는 주요 산줄기와 3600여 개의 주요 산, 750여 개에 이르는 주요 고개의 이름과 제원이 표로 정리돼 있다.

북한이 90년대 중반 들어 우리나라 산줄기체계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것은 일제에 의해 왜곡된 우리나라 산줄기체계와 이름을 바로 잡는데 목적이 있었다고 이 책은 밝히고 있다. 매사에 "주체"를 앞세우는 북한이 산줄기체계와 이름에서도 "주체"를 확립하자는 것이 그 취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 보면 기존에 통용돼온 "산맥"(山脈)의 명칭과 구성은 일본인 학자 고토 분지로(小藤文次郞)가 <조선산악론>(朝鮮山岳論, 1903)에서 처음 제창하고 그의 제자 야쓰 쇼에이(矢津昌永)가 <한국지리>(韓國地理, 1904)에서 재론한 것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한 측면이 강하다.

18∼19세기 초에 편찬된 <산경표>(山經表)와 1861년에 고산자에 의해 작성된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에 이미 1대간(大幹), 1정간(正幹), 13 정맥(正脈)이라는 우리 고유의 산줄기 체계와 개념이 등장하고 있지만 온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결과이다.

『조선의 산줄기』는 왜곡된 일제 잔재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우리의 것을 우리 자신의 시각으로 새롭게 정립해보고자 하는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일정한 평가가 가능하리라 여겨진다.

/김광인기자 k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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