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병력 DMZ철수땐 주한미군도 후방배치"

토머스 허버드(Thomas Hubbard) 주한 미국 대사 지명자는 25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정통 외교관료답게 한·미, 미·북관계에 대해 준비된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그의 답변 내용은 국무부의 정례 뉴스 브리핑을 연상케 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한국의 경제문제에 대해 그가 보여준 ‘의욕’이었다. 그는 한·미 동맹관계의 강화와 북한 문제에 대한 한·미 공조의 중요성을 거듭 제기하면서도, 미국대사로서 미국의 무역과 상업적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점을 유난히 강조했다. 다음은 청문회 일문일답 요지.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 대사 지명자가 25일 상원 외교 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워싱턴=주용중특파원

―미·북 대화 현황은?

“부시 대통령의 성명과 실무급 대화를 통해 우리는 미·북한 간 광범위한 현안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재개할 준비가 돼있다는 사실을 북한측에 분명히 했다. 북한은 우리가 그들과 대화를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긍정적인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일각에선 미국이 제시한 의제가 까다롭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데….

“우리는 미·북 대화에 전제조건을 두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에 명확히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우리는 그들이 논의하고자 하는 문제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 미국은 포괄적인 현안을 설정해 이를 통해 진전을 이루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현안에 대한 진전이 없으면 다른 현안을 논의할 수 없다’고 밝힌 적이 없다. ”

―북한이 군사력을 휴전선으로부터 후방으로 이동시킬 경우, 미군의 일부를 철수하거나 뒤로 이동시킬 수 있는가?

“궁극적으로 (비무장지대 가까이 배치된) 북한 군사력의 후방 배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면 주한미군도 후방배치를 시작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우리의 목표는 북한과의 대화재개를 통해 재래식 군사력과 관련된 현안의 해결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신뢰구축조치와 유럽이나 다른 지역에서 유용했던 다른 종류의 조치들에 대한 논의로 물꼬를 트고자 한다. ”

―그같은 대화는 미국과 한국 중 누가 주도하는 것인가?

“우리의 근본적 관심은 재래식 군사력 문제에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과 한국이 긴밀히 협의하고 공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가 대화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느냐는 이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

―한국의 경제개혁과 관련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보스워스 전 주한대사는 김대중 정부가 구조개혁 정책을 채택해 수행하도록 고무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보즈워스 전 대사가 이룬 족적을 따라 (한국에) 비슷한 자문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시장기능을 중시하겠다는 김 대통령의 약속과 철저히 비수익적인 기업도 문을 닫지 않도록 하는 방침이 모순되고 있는데….

“구조개혁은 어디에서든 어려운 작업이며 한국에서도 구조개혁이 대단히 어렵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출범 초기 대단히 용기있는 정책을 채택했다. 구조개혁의 이행은 경제상황에 맞춰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일관되게 추진되지는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철강은 특히 문제다. 우리는 한국측이 정부개입보다는 시장의 힘이 철강생산을 결정하도록 허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그럼 서울서 봅시다" 上院인준 기정사실화

토머스 허버드(Thomas Hubbard)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는 이번주 상원의 인준을 받는 대로 다음달 중 한국에 부임할 예정이다. 그에 대한 25일의 인준 청문회는 사실상 ‘요식행위’로 치러졌다.

그를 포함해 말레이시아, 호주, 싱가포르 등 4명의 대사 지명자가 한꺼번에 청문회 석상에 앉았고, 질문자로는 민주당의 존 케리(John Kerry) 의원만이 참석했다. 케리 의원은 독무대처럼 1대4로 질의 응답을 주고 받았다. 케리 의원은 허버드 지명자에게 “서울에서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해, 인준을 기정사실화하다시피 했다.

허버드 지명자는 미리 준비한 모두 발언에서 “아내와 나는 흥분과 설레는 마음으로 한국에서 일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청문회가 끝난 뒤 활짝 웃었다.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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