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처음으로 사전 보도해 주목받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김일성 주석 생전 그의 외국방문시 대부분 미리 보도했지만 김 위원장의 경우 한번도 사전에 보도하지 않았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태어난후 지금까지 소련 두차례, 인도네시아 한 차례, 중국 세차례 등 모두 여섯차례 외국을 다녀왔다.

그러나 북한 매체들은 그의 해외나들이 소식을 일정이 끝난 이후에 보도하는 행태를 보여 왔으며 방문 성격도 전부 비공식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이 김 주석 사후 북한의 최고권력자로 공식 등극한 뒤에 있은 지난해 5월과 지난 1월 중국 방문 때에도 방문 전에는 물론 당일에도 북한 매체는 일절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귀환 직후 크게 보도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북한의 종전 관례로 보나 김 위원장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특성상 이번 러시아 방문도 귀환 직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사전에 공식 보도한 것은 지난해 7월 19∼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한 답방 성격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기간에 그와 푸틴 대통령은 양국간 협조와 국제무대에서의 상호 협력, 편리한 시기에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조ㆍ러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일부 북한 소식통들은 '북측이 김 위원장의 방러를 앞두고 안전 등을 이유로 사전 보도를 자제하려는 노력을 했을 수 있다'며 그러나 '러시아 입장에서는 자존심상 양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 위원장의 방러 문제가 조ㆍ러공동선언에 명문화돼 있는 이상 비공식 방문을 한다거나 설사 공식방문이라 해도 사전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의전상 상당한 결례이므로 러시아측이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푸틴 대통령이 해체된 소련과 러시아의 최고지도자 중에서 처음으로 방북했다는 사실과 김 위원장의 방러 이전에 먼저 북한을 찾았다는 점에서 대국을 자처하는 러시아의 자존심상 뒤늦게 답방하는 김 위원장이 중국 비공식 방문 행태를 따라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내세웠을 수도 있다고 일부에서는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사전에 보도한데는 중국방문과 달리 비밀을 엄수하는데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 크게 감안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우선 언론보도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사회주의체제 중국과 달리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표방하는 러시아로서는 아무리 기존 사회주의의 잔재가 남아있다고 해도 언론전부를 통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 비밀이 지켜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사전에 감지하기 어려웠지만 러시아 방문은 공동선언을 통해 공개된 사안이어서 항시적으로 외신 등의 큰 관심사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또 철도편으로 중국 베이징(北京)까지 가는데는 2일 정도면 충분하지만 모스크바까지는 1주일이 소요되고 왕복에는 거의 보름이나 걸려 특수열차의 움직임을 오랫동안 감추기는 무리라는 여건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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