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로 예정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그의 서울 방문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두 방문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으나,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이루어질 경우, 주변 분위기가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에 좋은 쪽으로 발전되고, 또 방문 시기에 대한 예측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오는 9월로 예정된 장쩌민 중국 주석의 평양방문은 대미관계 개선과 남북관계 정상화란 대외·대남전략 목표 달성을 위한 일종의 ‘뒷문 단속’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즉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와 전통적인 우호·친선관계를 굳건히 다지고 경제·군사적 지원을 받는 것은 북한의 대미 협상과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에 앞서 나름대로 ‘힘’을 비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당국자는 “중국과 러시아로부터의 경제적·군사적 지원이 이루어질 경우,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고, 대미관계 개선과 남북관계 정상화에 곱지 않은 시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군부 등을 다독거릴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이같은 북한 내부 안정화는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발걸음을 가볍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작년부터 펼치고 있는 주변 국가들과의 정상외교 행보로 미뤄 봐도 러시아 방문과 장 주석의 평양 방문 다음에는 당연히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이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은 작년 중국 방문에 이어 김대중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 주변국가와 정상외교 1라운드를 마쳤으며, 금년에는 2라운드 정상외교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장 주석 평양방문에 이어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확정됐다면 자연히 서울 방문 일정도 조만간 잡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 서울 방문의 중요 변수인 미·북관계 개선과 남한 내 분위기 등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라는 점에서, 서울 방문 결정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여전하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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