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근·한나라당 탈북자인권소위 위원장·국회의원

탈북자 문제는 정치문제 아닌 인권문제

1. 탈북자를 보는 시각

최근 우리사회는 탈북자문제를 접근하는 시각에도 이데올로기적, 정치적 편향성이 개입되는 듯한 경향임. 탈북자문제는 철저하게 非정치적이면서, 인권차원의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할 사안임.

※ 이들 탈북자들의 대부분이 人間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生物로서 生存하기 위한 生과 死의 기로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 정치적-이데올로기적, 또 는 외교적 접근태도가 얼마나 사치스러운 일이고 반인 륜적인가를 일깨울 것임.

장기간 현지 실태조사를 벌인 법륜 스님은 탈북자의 80%가 여성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김영자 북한인권시민연합 사무국장도 탈북자 중 여성이 최소한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다고 보고하고 있음.

특히 대부분 탈북여성이 인신매매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
"식량난으로 국경을 넘은 여성 가운데 50% 이상이 인신매매와 연루되어 있다”는 충격적인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임.
2. UNHCR UN본부대표와의 대화에서 얻은 교훈
-한국정부의 분명한 태도와 국제여론화의 중요성-

최근 UN고등판무관실 UN본부 대표와 면담을 하고, 국회조찬기도회와 국회인권포럼이 공동으로 발표한 탈북자관련 성명서를 전달하면서 탈북난민 문제를 협의한 바 있음.

여기서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도출됐음.

1) 하나는, 김 소장도 지적하였지만 한국정부와 한국국민이 탈북자를 수용할 태세가 되어있느냐는 것임. 이 분들이 저에게 역설적으로 던진 첫 질문이 “탈북난민을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음. 이는 그 동안 政府가 중국이나 북한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 데서 비롯된 측면이 강함.

더구나 북한이 갑자기 붕괴될 경우 난민은 4백만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도 있음. 따라서, 우리는 탈북자 전원을 우리사회가 수용할 만반의 태세와 대책을 갖추는 것은 물론, 이 같은 의지를 국제사회에 적극 알려야 할 것임.

2) 두 번째는, 난민지위 부여가 중국정부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어 매우 어려운 과제라면, 중국정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일시적 보호’개념을 가지고 중국정부를 설득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제안했더니 대단히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관심을 표명하면서 “한국에서 ‘Formal’하게 힘을 받쳐달라”고 주문했음.
일시적 난민은 뒤에서 설명하기로 하고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교훈임. 독일의 한 아시아 특파원은 “(탈북자 문제가) 지구상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면 이목이 집중됐을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그렇지 못한 한가지 이유는 언론취재의 부족이라고 지적함. 만약 탈북난민 사태가 유럽 등에서 발생했다면, 전세계가 발칵 뒤집혔을 것임.

우리는 국제사회, 특히 국제언론이 관심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임. 그런데 탈북자 인권문제는 그 慘狀과 悲劇에 비해 국내 인권단체는 물론 국내언론에서도 소홀이 다루고 있음. 꽤 많은 인권단체가 국내에도 있는데,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을 국제사회가 의아해 하고 있음. 오히려 외국에서 더 관심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듯함. 우리가 소극적이면서 누구한테 관심을 가져달라고 하고 지원을 해달라고 할 수 있나.


3. 북한을 자극하지 말자는 논리에 대해

1) 신중론의 입장
탈북난민 문제에 대해 신중론을 펴는 사람들은 탈북문제의 정치쟁점화나, 심지어 언론보도 조차 자제하자는 입장을 펴는 이도 있음.
이들은 ㄱ) 냉전체제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북한과 전략적 유대를 더 중시 할 것이고 ㄴ) 중국은 반체제운동이나 인권문제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어 탈북자들에게 난민지위부여는 요원 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북한과 중국을 자극 탈북자들에 대한 탄압만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음. 실제, 장길수 가족사건 이후 검거선풍이 일고 있다고 함. 심지어 국경봉쇄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하고 있음.

따라서 이들은 ㄱ) 한국정부는 사실상 할 일이 없고 다만 물밑에서 중국 측에 '관대한'처분을 '외교적'으로 주문하거나 시민단체들은 '조용히'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ㄴ) 이들 중 일부 진보적 인사는 근본적인 해결은 북한에 대한 지원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 즉 북한체제를 ‘補陽(보양)론’을 피력하고 있음.

2) 반론
ㄱ) 그러나 이들의 상황인식이 절박하지 않음. 지금 탈북자들은 더 이상 나빠질래야 나빠 질 수 없는 '최악의 상황'임을 안다면 이런 주장은 나올 수가 없을 것임. 탈북자들의 인권유린 실태는 다른 분들이 말씀하실 것이므로 언급치 않겠음.

ㄴ) 국제적 압력이 노도처럼 일어난다면 북한도 이를 외면하기 힘들 것임. 왜냐하면 북한은 경제적으로도 한계상황에 와 있기 때문임. 특히 북한의 인권문제를 남북협력이나 국제적 지원과 연계시키면 북한은 겉으로는 큰소리치겠지만 결국 태도를 변경할 수 밖에 없을 것임.

ㄷ) 이와 함께 중국이 2008년 올림픽 개최국이라는 사실은 탈북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매우 중요하고도 좋은 기회가 될 것임. 중국이 여전히 북한과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중시하겠지만 국제적 여론이 비등하면 중국으로서도 무시하지 못할 것임. 특히 자국의 반체제인사나 인권문제가 아니어서 부담이 덜할 것임.

다만, 문제는 장길수가족 사건이후에 나타난 것처럼, 설익은 여론과 압력은 신중론자들의 우려처럼 오히려 탈북자들의 처지를 일시적으로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임. 따라서 탈북자문제는 광범위하고 전면적인 여론조성이 필요하고 이와 함께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함.

4. 일시적 보호

중국정부를 설득하는데 현실적으로 ‘일시적 보호’개념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판단됨. 유엔고등판무관실(UNHCR)은 1975년 베트남이 패망하면서 26만여 명에 달하는 보트피플(boat people)을 난민으로 규정하고 홍콩,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한국, 일본 등 동남아시아국가들에게 수용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이들 국가에서 난색을 표하자 ‘일시적 보호’라고 설득하여 받아들여진 사례가 있음.

※ 일시적 보호란 = 긴급난민의 유입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제기된 해결책으로, 대규모 분쟁이나 인권유린이 이루어 지는 곳을 피해 이주한 사람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것 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고, 본국으로 돌아가도 좋을 만큼 안전이 확보되면 해제됨.

문제는 북한체제의 특성상 탈북난민의 경우 일시적 보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됨. 그러나 일시적 보 호는 탈북자들을 긴급피난 시켜놓은 후 시간을 가지고 차차 해결책을 모색해야하는 점진적, 임시적 방법이면서 현시기 우리가 선택할 몇 안 되는 카드로 여겨짐.

탈북난민과 관련, 정부는 우리가 전적으로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전원 수용한다는 것을 대내 외에 천명하여야 함. 우선 죽어가는 사람들(그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다)부터 살려 놓고 봐야하는 것 아닌가. '죽음의 사각지대'에서 일단 피신은 시켜놔야 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할 최소한의 임무이자 의무임.

5. 맺음말

대한민국헌법 제1장 제3조에 따르면 실효성이 미치지 못해서 그렇지 탈북난민도 대한민국 국민임. 따라서 탈북자들은 남의 나라 사람들의 문제, 남의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문제이고 우리 나라의 문제임.

南北統一이라는 것이 거창한 정치적 구호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民衆들의 인권과 삶(생활)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大前提로 한다면, 탈북자들의 처참한 인권유린을 방기하면서 통일을 얘기하는 것은 '사이비 통일론'이요, '반통일적 행위'라고 규정해도 무방할 것임.

햇볕이 비추어야 할 곳은 금강산이나 북한의 독재자들 집단이 아니라, 정작 북한의 專制체제 속에서 悲劇的 삶을 이어가는 民草들, 그 대표적인 탈북난민들이어야 함.
정부는 북한의 김정일 王朝체제의 체제강화나 군사비 전용이 우려되는 금강산 관광에 따른 현금지금이나 전력지원과 같은 방식은 제고하고 대신 인도적 지원방식으로 대북정책의 기조를 바꿔야하고, 남북협력기금이나 식량지원이 굶주림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직접' 지원될 수 있는 장치를 확고하게 마련해야 함.

탈북자인권을 북한지원과 연계하는 것도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하나의 실효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음. 또한 국제적 지원기구나 단체들의 북한전역에 대한 접근권보장도 아울러 요구해야할 것임. 무엇보다 정부의 당당하고 전략적인 태도가 요구됨.

탈북자들의 인권과 생존문제는 남북통일과 민족문제 해결을 위한 그 시발점이요, 시종일관 염두해 두어야 할 기조요, 베이스임을 염두해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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