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8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 회의에 백남순(白南淳) 외무상 대신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허 종(許 鍾.55) 외무성 순회대사의 면면이 주목된다.

허 대사가 지난 90년대 초반 뉴욕의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를 지낼 당시 그와 일면식이 정부 당국자들은 허 대사가 백 외무상의 빈 자리를 메우는 만큼, 현재 외무성 내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당국자들의 판단은 북한이 지난 4월 초 최수헌(崔守憲) 외무성 부상으로 하여금 프랑스와의 관계를 개선토록 했다가 진전을 보지 못하자 이달 중순 허 대사를 다시 파리로 보내 관계진전을 이룬 데서도 입증되고 있다.

실제로 허 대사는 지난 14-19일 유럽연합(EU)내 미수교국인 프랑스를 방문, 도미니크 지라르 외무부 아주국장과 면담을 갖고 오는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에 프랑스 외무부대표단의 방북에 합의하는 공동 코뮈니케를 이끌어냈다.

지난 80년대 김영남(金永南) 당시 부총리 겸 외교부장(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영어통역으로 외교부에 입문한 그는 90년대 초반 유엔대표부에서 공사와 차석대사를 각각 거쳤다.

94년 평양으로 귀임한 그는 그해 말부터 북한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경수로 협상에 북측 대표로 참석했고, 95년부터는 남한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외교위 자문위원과 외무성 순회대사를 맡고 있다.

허 대사를 둘러싸고 지난 56년 `8월종파사건'으로 숙청된 연안파의 거물 최창익(崔昌益)과 허정숙(許貞淑)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라는 설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북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다만 남로당 거두였던 허 헌(許 憲)과는 친척사이로 출신성분이 문제가 돼 영어, 불어가 능통함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외무성이 아닌, 노동당 외곽단체인 대외문화연락위원회에서 활동하다가 그의 능력을 눈여겨본 김영남 위원장이 발탁했다는 후문이다./하노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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