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관점에서 북한 변화 전혀 없다"

◇남북한 겸임 쿤라드 루브르와 벨기에 대사. /허영한기자 younghan@chosun.com

지난 1월 북한과 수교한 벨기에의 쿤라드 루브르와(Koenraad Rouvroy·55) 남북한 겸임대사는 지난달 18일부터 23일까지 북한을 방문, 신임장을 제정하고 백남순 외무상 등을 만나 현안을 논의하고 왔다. 그는 이번 방북 인상에 대해 "북한은 변한 게 없다"고 한마디로 압축하면서 "이것은 나만의 경험이 아니고 평양 주재 외교관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벨기에대사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루브르와 대사는 “북한변화의 판단기준은 민주주의"라면서 "북한의 민주주의는 전혀 증진되고 있지 않다. 여전히 사람들이 할 말을 할 수 없다. 민주주의가 없는 나라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라는 국호를 쓰는 것은 이상하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상황은.

“평양과 남포만 다녀왔다. 사람들은 옷을 잘 입고 있었고, 건강해 보였다. 군중의 3분의 1 정도는 군인인 듯했다. 평양에는 특권층과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생각된다. 자수 작업반과 다이아몬드 절삭공장 등을 다녀봤는데 기술자들의 숙련 정도가 높아보였다. 벨기에가 투자해 태국에서 연수한 인력들도 있었다. 유럽에서 들은 것과 달리 이들 도시에서는 식량난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유럽에서 지원되는 식량은 투명하게 분배되고 있었나.

“북한에서 만난 한 스위스 사람은 제공된 쇠고기가 투명하게 지원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유럽연합(EU)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가. (벨기에는 7월부터 EU의 순번의장국을 맡고 있다)

"우리는 EU가 남북한 문제에서 주역(major player)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북한과의 중요한 교섭이 있을 때 우리는 미국에 즉시 내용을 알린다. 페르손 스웨덴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간 회담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준 바 있다. 다만 존재 그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본다. 이를 입회정책(Presence Policy)이라고 부를 수 있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기본적으로 우호적으로 생각하고 남한과의 우호관계를 통해 평화를 증진시키려고 노력한다."

―겸임대사로서 남한에만 대사관을 두고 있는 것에 대해 북한과 이견은 없나.

“수교과정에서 충분히 합의를 거쳤다. 처음에 대단히 부정적으로 나왔으나 양보했다. 그러나 여전히 판문점을 통해 방문하지 못하는 것은 불편하다. 이번에도 베이징을 통해 항공편을 이용해 시간을 낭비했다.”

―북한의 고위급 인사들과 인권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나.

"물론 언급했다. 그러나 전혀 대답이 없었다.”

―북한에 가시적인 변화가 없는데도 EU가 계속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보나.

"영원히는 아닐 것이다(Not forever)."

/ 김미영기자 mi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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