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9일 기자회견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그 경과와 결과에 대해 한편으로 우려하고 있는 국내의 보수적 시각을 대변한 내용이다. 한나라당은 이 총재가 이날 밝힌 ‘대한민국 정체성 유지 및 안보 우선’ ‘한·미·일 관계 우선’ ‘대북 상호주의’ ‘회담내용 공개’ 등의 기준에 따라 남북정상회담을 평가하고, 차후 벌어질 상황에 대처할 것 같다.

이 총재는 특히 우리 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는 이른바 ‘북한 붐’을 지적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발표 후 우리 사회에는 심리적으로 여러 이완 현상이 생기고, 그동안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이념적, 체제적 기본 틀을 뒤흔드는 발언들이 횡행하고 있다”며 “정부는 이런 장밋빛 기대를 고조시키는 데 앞장서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 총재는 “무엇보다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이 신중하고 냉정해야 한다”며 “설익은 기대가 앞서갈 때 우리 안보는 더 불안해지고 우리 사회엔 혼선과 분열이 닥쳐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김 대통령을 겨냥해 ‘개인적 이해와 당리당략을 위한 회담 반대’ 입장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남북정상회담을 보는 견해는?

“남북정상회담은 대량살상무기 감축 등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의 길을 여는 선에서 진행돼야한다. 김 대통령은 이번에 북한이 우리 정체성이나 안보에 대한 양보를 조건으로 내걸지 않았다고 지난 여야영수회담에서 확인했다. 회담을 부정적으로 보는 게 아니며 정말 잘 되기를 바란다. ”

―통일관은 무엇인가?

“김 대통령이 추진하는 햇볕정책과 비교해서 (우리를)수구적이라고 하는데, 전혀 아니다. 다만 우리는 무조건 주는 햇볕이 아니라 상대방의 호혜적, 상호적 변화를 담보하는 포용 정책이다. 서독은 동독에 원조를 하면서 구금자 몇 사람 석방, 초소 몇 개 폐쇄 등 철저한 상호주의를 지켰다. ”

―정부가 회담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고 주장했는데.

“남북 접촉 과정이 야당에 통보된 것이 하나도 없다. 비료 20만t 지원도 아무런 상의가 없었다. 혹시 또 다른 것을 숨기고 있지 않느냐는 의심을 국민들이 가질 수 있다. 앞으로 큰 규모의 대북 지원은 국회에서 심의하고 동의를 해야 한다. ”

/부산=김덕한기자 duck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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