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부터 플로리다, 뉴멕시코 등 미국 15개주에서는 TV 광고시간에 민주당 앨 고어 대통령후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앨 고어가 노인들의 의료보험 개혁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는 멘트가 주제어인 30초짜리 이 정치광고는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제작한 것. 민주당은 앞으로 두달 동안 200만달러를 들여 전국에 내보낼 예정이다.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의 아리 플라이셔 대변인은 즉각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고어 후보는 지난 3월 소프트머니에 의한 정당의 이슈광고를 먼저 하지는 않겠다고 해놓고, 이제와서 약속을 어겼다. 여론조사에서 계속 부시 후보에게 밀리자 초조해진 것이 분명하다. ” 고어는 이에 대해 “공화당이 직접 광고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부시 후보를 지지하는 이익단체들이 대신 광고를 내보내지 않았느냐”고 펄쩍 뛰었다.

부시를 지지하는 각 단체들은 실제로 그동안 고어를 공격하는 내용의 ‘이슈광고’를 TV에 선보였다. “고어의 안보정책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미국 본토를 제대로 방위할 수 없습니다”는 멘트가 담긴 광고도 있고, 퀴즈 프로그램 형식을 빌려 사회자가 “지난 96년 대선 때 불법 정치자금 모금 혐의로 조사를 받은 사람은 누구입니까”라고 물으면, 출전자가 “앨 고어”라고 대답하는 광고도 있다. 각 이익단체들은 표현의 자유를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미국 헌법 아래서 ‘이슈광고’라는 명목으로, 후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광고를 무제한으로 만들 수 있는 게 미국 선거의 특징이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먼저 ‘포문’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이 반격용 광고 제작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양측간 TV광고전이 불꽃을 튀길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관측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각종 선거 후보들이 TV광고에 퍼붓는 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96년 대선 시즌때 총 4억달러에 이르렀던 TV 광고액이 올해에는 6억달러로 껑충 뛸 것으로 선거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선거자금 분석가인 드위트 모리스는 “정치자금의 5달러 중 1달러는 TV광고로 쓰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98년 한해 동안의 광고 통계에 따르면 정치광고는 자동차, 소매상품 광고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지난 96년 대선 때 클린턴대통령은 봄부터 TV광고로 기선을 제압, 공화당의 밥 돌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선거전문가들은 “고어와 부시의 TV광고전이 11월 대선 승패를 가름하는 분수령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워싱턴=주용중기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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