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이후 최초로 북한 저자와 직접 출판 계약을 맺은 책이 국내에서 출간된다. 푸른숲 출판사는 9일 북한의 향토사학자 송경록(68)씨가 쓴 ‘북한 향토사학자가 쓴 개성이야기’를 남북 정상회담에 맞춰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푸른숲은 북한을 왕래하는 재미동포 사업가 전순태씨를 통해 지난해 5월27일 송씨와 저작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고, 계약서 사본을 공개했다. 이번 계약은 저자 송씨로부터 저작권을 위임받은 전순태씨가 푸른숲과 계약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푸른숲 측은 “인세계약을 하지 않고, 원고료 200만원을 지불하는 대신 저작권은 출판사가 갖는 조건의 매절 방식으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출판사는 원고료를 달러로 환전, 전순태씨를 통해 송씨에게 전달했다.

푸른숲은 책 출판에 앞서 국가정보원과 통일부, 문화관광부의 허가를 거쳤으며, 이 과정에서 김정일 묘사부분 등 12군데는 수정했다. 북한 주민의 책이 정식 출판 계약을 통해 국내에서 발행되는 것은 분단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는 지난 98년 6월 북한서적을 남북교류 대상 물품으로 고시한 바 있다.

저자는 책 1부 ‘역사속의 도시, 개성’에서 개성의 연혁을 고려 조선 일제 6·25, 현재의 순으로 역사적으로 고찰한 뒤, 제2부 ‘신화속의 도시, 개성’에서는 태조 왕건으로부터 공민왕, 정몽주, 황진이, 한석봉 등 역사적 인물들에 얽힌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남녘의 독자들에게’라는 서문에서“지면으로 남쪽 동포들과 마주할 수 있게 되어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씨는 출판사에 보낸 편지를 통해, 강원도에서 태어나 전후 개성에서 송도대학을 다녔으며, 졸업 후 교사생활을 한 ‘평범한 지성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승인배기자 ja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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