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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전력지원 '안전밸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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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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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일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교수

작년 12월 북한은 우리 정부에 50만㎾의 전력을 지원해 달라고 남북장관급 회담을 통해 요청했다. 북측이 우리 정부에 꾸준히 요구한 여러 가지 경제지원 요청 중의 하나였지만, 광복 직후 북한의 일방적인 단전으로 어려움을 겪어본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북측의 전력요구는 남다른 느낌을 갖게 하는 사건이었다.

지난 2월 남북한 실무자 간의 1차 협상이 있었으나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던 중 최근 장재식 산업자원부 장관이 다시 한번 북한에 대한 전력지원 가능성을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전력지원은 식량이나 비료를 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는 전기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발전설비용량은 약 4910만㎾이고 올 여름 예측되는 최대전력부하는 약 4340만㎾ 정도이다. 단순수치로만 보면 우리에게 남아도는 전기 50만㎾를 북한에 지원하는 데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알려진 대로 북한에 전력을 지원하자면 5000억원 이상을 들여 송전선로와 변전소부터 건설해야 한다. 송전선로를 짓는 데 시간도 3년이나 걸린다.
넘어야 할 기술적인 어려움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력은 저장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매 순간 수요와 공급을 정확히 일치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전국의 주요 발전소와 전력설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제어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러한 감시제어체계를 북한 계통에 구현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요구된다.

만약 북한의 전력계통이 우리 계통에 연계된다면 북한측의 전기사고나 열악한 설비에 의한 전기적 악영향이 우리 측에 파급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나라의 전력계통 사정에서 볼 때 달갑지 않은 일이고, 이러한 파급사고로 인해 정전이나 저전압 현상 등이 잦아진다면 전력 소비자인 국민들이 가만 있지 않으리라는 것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에 전력을 지원하자면 북한의 전기사고가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차단하는 일종의 ‘밸브장치’도 필요하다.

이 밸브장치에 해당되는 기술의 하나가 고압직류송전기술(HVDC; High Voltage Direct Current)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교류전력을 직류로 변환하여 송전하고 북측에서 다시 교류로 변환하여 사용하는 방법이다. 한국전력은 이 기술을 이용해 해남에서 제주도로 전력을 전송한 경험이 있어 북한으로 송전하는 데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자세히 설명했듯, 기술적인 문제는 복잡하기는 해도 현재의 기술로 불가능한 것들은 아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비용이다. 정부는 어림잡아 5000억원 가량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이상이 소요될 가능성도 크다.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그 많은 부담을 감수하면서 왜 북한에 전력을 지원해 주느냐는 반대의견도 많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전력공급은 천문학적인 수준의 재정부담과 수년 간에 걸친 끈질긴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일인 만큼, 반드시 국민들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북한의 태도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이 전력을 받아가려면 식량이나 비료를 받아갈 때와는 근본적으로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그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이 전력 관련 정보를 우리에게 정확히 공개하겠다는 자세를 갖추고, 전적으로 우리에게 협조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남북한 간의 전력계통 연계는 아예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난 2월 우리 측이 북한의 전력실태를 조사하겠다고 제안한 이후, 북한이 2차 실무협상에 응하지도 않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산자부 장관이 이런 모든 문제를 고려하고도 전력공급 의사를 밝힌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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