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은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까. 주한미군 철수 등 이른바 ‘근본문제’를 거론할까, 아니면 경제협력, 교류 등 실질적인 문제로 남북관계를 개선하려 할까.

현재까지는 김 위원장이 어느 쪽에 무게를 둘 것인지 단정적으로 판단할 근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의 전략을 다각적으로 탐문해 온 정부도 확신을 못하는 분위기다.

다만 정부 당국자들은 정상회담 개최 배경이 북한의 경제난 타개에 있다는 점을 들어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나 고려연방제 실시 등 정치·군사적 문제 제기는 뒷전으로 밀거나 원론적인 수준에서 그치는 것 아니냐는 기대섞인 전망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5월 말 중국 방문에서 중국의 개혁·개방을 긍정 평가한 것 등을 근거로 든다. 특히 김대중(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두 차례 비공개 단독회담에서는 더욱 경협 문제에 대한 진지한 대화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전망에는 주한미군 철수 등의 주장이 단지 북한 내 군부 등 강경파의 입장을 고려한 제스처 정도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다른 관계자는 김정일 위원장이 김 대통령에게 ‘선물’을 주면서 우리 측의 경제지원을 이끌어내려 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선물’은 이산가족 생사확인이나 편지 왕래 등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대신 북한 측은 사회간접자본 시설 투자 등에 약속을 받아내려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답방) 또는 남북한 당국간 협상기구 설치 등의 성과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남북협상에 관여했던 일부 관계자들은 강력한 반론을 펴고 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 나오는 배경은 단지 ‘전술상의 변화’에 불과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북한 측의 김령성 준비접촉 단장이 4월 22일 1차접촉 당시 “근본문제를 풀어야겠다”고 발언한 것을 비롯, 미군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주장이 조선중앙방송 보도로 이어지는 게 증거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같이 근본문제 해결을 통한 조국통일(‘적화통일’을 의미) 등 명분론적인 문제 제기로 일관할 것이란 분석이다.

90년 남북고위급 회담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김정일은 ‘외세 배격, 국가보안법 철폐 등의 해결없이 남북관계 개선은 없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이번 회담에서도 관계개선, 통일(적화통일) 등을 주장하며 명분을 선점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의 서울방문 초청이나 협상기구 상설화에 대해서도 김정일 위원장은 원칙적 동의를 하는 데 그칠 공산이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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