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탈북자 색출을 위해, 중국에서 검거돼 강제송환된 10대 탈북 청소년 중 일부를 비밀정보원으로 교육한 뒤 중국에 재파견하고 있다고 국내 선교 단체들이 13일 주장했다.

탈북자 지원단체인 서울 사당동 소재 두리하나 선교회는 “지난 4월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한으로 송환됐다가 6월 초 중국에 다시 나타난 A군(18)이 자신이 소위 탈북자 색출조인 ‘특무(特務)’라는 사실을 고백했다”며 A군이 쓴 편지를 이날 공개했다.

이 선교회는 지난 6월 탈북 ‘길수 가족’들이 중국 베이징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사무실 농성을 통해 서울로 탈출할 때 도와준 단체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A군의 편지에 따르면, A군은 북한에 송환된 뒤 모진 고문을 받은 끝에 수용소에서 강제 노동을 하다가 삼촌의 보증으로 가까스로 풀려났다.

A군은 일기에서 강제 노동과 특무 훈련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고픈 마음에 박새풀이라는 독풀을 뜯어 먹었다”며, “그러나 임무를 수행하지 않고 도망갈 경우 보증인에게 화가 미친다는 협박이 뒤따라 어쩔 수 없었다”라고 적고 있다.

지난 6월 초 A군은 다른 젊은이 60여명과 함께 중국으로 파견됐다. 이들은 ‘5인1조’로 활동하며 탈북자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는 재중동포와 탈북자들을 색출하는 것이 주임무였다.

A군은 중국 연변에서 자신을 돌봐준 재중동포 B(여·30)씨에게 접근했으나 자신을 도와준 사람을 배신해야 한다는 데 양심의 가책을 느껴 결국 고백 편지를 남기고 7월 초 사라졌다.

B씨는 A군의 편지를 갖고 최근 서울에 와 이같은 사실을 두리하나 선교회측에 알렸다.

선교회의 천기영(45) 전도사는 “북한이 지금까지 탈북자 등을 색출하기 위해 연변 등 국경지역에 간첩을 파견한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10대 소년·소녀들을 조직적으로 이용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탈북자 지원단체 ‘좋은 벗들’의 관계자는 “난민이 국경지대로 몰려든 98년쯤부터 ‘특무’가 대대적으로 파견돼 강제송환이 급증했으며 작년부터 이른바 ‘꽃제비’로 알려진 탈북 청소년들까지 활용한다는 소문은 들었다”고 전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특무’를 전담하는 북한 기관이 국가보위부나 인민보안성 경찰 등 여러 기관이며 파견 루트도 서로 달라 같은 ‘특무’끼리도 서로 신원을 잘 모르고 감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민선기자 sunris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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