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을 나흘 앞둔 8일 북한 옹진반도가 바라보이는 경기도 연평도(연평도). 지난해 6월15일 남북한 해군이 정면 충돌하는 ‘서해교전’을 겪었던 이곳은 만 1년이 지나 다시 꽃게철이 돌아왔지만 겉으로 보기엔 평온하기만 하다. 그러나 북한 땅을 지켜보는 초병의 표정에서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연평도에서 두 번째 높은 곳에 위치한 해병대 ○○○부대 방공소대 장병들은 2인1조로 발칸포에 탑승해 망원경과 보안장비로 쉬지않고 북측을 관측했다. 해병대 장병 어깨 너머로 보이는 북한 옹진반도는 바다안개 속에 희미하게 윤곽만 보였다. 연평도에서 2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석도라는 작은 북한 섬에는 소형 북한 경비정이 오갔다. 4~5m 길이 고무보트도 보였다. 해병대 초병은 “보트에 북한 군인이 타고 있을 것”이라며 “북쪽 땅에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부둣가에서 만난 해병대 박모(22) 하사는 “서해교전 뒤 흘렀던 팽팽한 긴장감은 다소 완화됐지만 군인으로서 국토방위 임무에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평도의 군인들은 말을 가급적 아꼈다. 이정규(이정규·26·해군 연평부대 정훈관) 중위는 “상급기관서 일선부대까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일절 목소리를 내지 말라는 것이 내부방침”이라고 말했다.

연평도의 주민들은 기대나 동요 없이 생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5시30분쯤 꽃게잡이 선원들은 대연평도 부두에 정박해 있는 7~10t 규모의 배 30여척에 올라 그물을 추리며 출어(출어) 준비를 서둘렀다. 남진태(남진태·45·영림호 선원)씨는“한 철(3월 말~6월 말) 꽃게를 따 1년을 버텨야 하는데 마음이 급하다”며 “워낙 조업구역이 좁아 일하는 데 신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편의 출어 모습을 지켜보던 이경선(이경선·47)씨는 “서해교전 이후 조업구역 통제가 심해져 수입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어쩌다 경계선을 넘은 뒤 서둘러 그물을 걷고 나오려다 지난달 한 어부가 주대(꽃게 끌어올리는 줄)에 감겨 발목이 절단되는 사고가 났다”고 걱정스러워 했다.

신승원(신승원·61) 연평 어민회장은 “정부가 정상회담 때 우리 국민들에게 실질적 이익이 돌아오는 일들을 잘 챙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평도=최원석기자 ws-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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