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째 단식 중인 조선족교회 서경석 목사에 이어 조선족 체류자들도 단식에 돌입했다. 이들은 ‘불법체류 조선족 강제추방’에 반대하며 우리나라에 체류 중인 재중동포들에 대한 인권적 배려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불법체류 조선족들이 가장 겁내는 것은 당국의 단속과 강제추방이다.

이들은 불법인줄 알면서도 브로커들에게 거액의 알선료를 주고 입국하여 갖은 고생을 다하고 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불법체류 조선족은 지난 5월 말 현재 6만700여명.

시민단체들은 밀입국자들을 포함하여 15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브로커에게 주는 커미션은 중국돈 평균 7만 위엔으로 우리돈 약 1000만원에 이른다. 1000만원은 이들이 중국에서 쓰지 않고 모으기만 10년 정도 해야 가능한 거액이며 이런 돈이 없는 경우 대부분은 빚을 내서 알선료를 치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이들에게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불법체류자란 약점 때문에 한국 고용주들의 횡포를 견뎌야 하며 부녀자들에 대한 성희롱 등 비인간적 대우에도 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 조선족은 지난 5일 ‘조선족 동포의 생존과 인권을 위한 십자가 대행진’에 참가해, 그들의 딱한 사정을 호소하며 조국의 선처를 호소했다.

이들은 강제추방의 경우 입국연도를 고려하여 최소한 4년의 여유만 준다면 빚을 갚고 어느 정도 생활기반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짧은 기간 취업하다가 추방될 경우 빚을 갚지 못해 파산 이혼 정신질환 자살 등 파멸하고 만다는 것이다. 사실 번번이 단속에 걸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신참들이며 그래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재중 조선족은 대부분 일제 때 생존과 독립운동을 위해 국경을 넘어간 이들의 후손이다. 따라서 정부도 딱한 동포들을 파멸로 내몰 것이 아니라 허용 체류자수 상한선을 어느 정도 올리거나 입국연도순으로 출국시키는 등 슬기로운 배려를 아끼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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