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저기, 저기가 내 고향입니다. ”

7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미국 LA, 뉴욕, 시카고, 워싱턴에서 방한한 해외 이북도민 방문단 114명은 “남·북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눈 앞에 북녘땅을 보니 고향을 다시 찾은 듯한 설렘이 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안개로 시계(시계)가 좋지 않은 상태였지만, 실향민들은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실향민 2세로 처음 휴전선에 와봤다는 김경미(김경미·44)씨는 “임진강 건너 북한 병사의 움직임을 보며 분단 현실을 느꼈지만, 자연스러워 보이는 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무섭지는 않다”고 말했다. 방문단 일행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했다.

대부분 수십년 만에 고국을 다시 찾은 방문팀 개개인은 그간의 회한을 얘기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지도영(지도영·65)씨는 “남·북정상회담 소식에 내 고향 평북 정주에도 희망이 넘실댈까 몰라”하며 떠날 시간이 돼도 마냥 북녘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했다.

방문단은 이날 1·2진으로 나눠 판문점, 통일 전망대, 통일촌, 파주 군내면 제3땅굴, 도라전망대 등을 찾았다. 민간인 통제구역인 통일촌에 도달해서는 눈물을 훔쳐내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늘어났다.

1·4후퇴 때 단신 월남했다는 오태식(오태식·76)씨는 “67년 이민간 뒤 33년 만에 고국에 돌아왔다”며 “북에 두고 온 3명의 동생과 부모 생사만이라도 알 수 있는 길이 이번 정상회담으로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일촌 부녀회에서 마련한 음식을 맛보고는 “어렸을 때 먹어본 북한 나물 맛 그대로”라며 밥을 2~3그릇씩 비우는 사람도 있었다. 1952년 마닐라 아시안게임 역도 금메달리스트 고종구(고종구·72)씨는 제3땅굴을 둘러본 뒤 “첨예한 대립시절 북한이 남침 땅굴을 팠지만, 이제 남·북한 화해의 터널을 뚫을 때”라며 “정상회담을 며칠 앞두고 이렇게 37년 만에 고국을 방문할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라고 말했다.

파주 장단면 도라전망대에 오른 방문단은 개성시가 눈 앞에 보이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경순(김경순·63·평북 의주 출신)씨는 “북한이 이렇게 가까운 줄 몰랐다”며 “기념 쟁반을 사서 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함경도 덕원이 고향인 신정길(신정길·63)씨는 광복 후 월남하고, 한국전쟁 때 아버지가 납북되는 등 갖은 고생을 겪다가 70년 미국으로 이민갔다고 했다. “이 땅이 지긋지긋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니 기대가 됩니다. 김 대통령이 이산가족 생사 확인 문제를 반드시 짚어 주고, 북한 방문길을 터줬으면 좋겠습니다. ”

/정병선기자 bschung@chosun.com

/한재현기자 rookie@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