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의 방미 초청장을 들고 지난 1일 한국에 왔던 척 다운스(Chuck Downs) 전 미 하원 공화당 정책위원회 보좌관은 7일 오후 빈손으로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7일 오전에도 주한 미 대사관,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비공식적으로 만나 황씨 면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는 “황씨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성과를 거뒀지만 한국정부의 입장이 워낙 확고해 이달 중 방미가 성사될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다운스 전 보좌관은 당초 헬름스(Helms) 상원의원실의 짐 도란 보좌관 등과 함께 서울에 왔을 때만 해도 “동맹 관계인 한국 정부가 최소한 황씨에 대한 직접 면회는 허용할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에 가득 찼었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미 의회의 사전 통보가 불과 4일 전에 촉박하게 이뤄졌다며 황씨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는 것.

2명의 동료가 지난 3일 밤 일본으로 떠난 후 그는 4일부터 홀로 남아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접촉하며 사태 반전을 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는 “우방인 한국 정부가 황씨 면담조차 허용하지 않는 것은 현 정부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한국 정부의 신변안전 문제 주장은 말도 안되는 핑계”라며, “황씨 문제를 계기로 미국 조야에서 김대중 정부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 송의달기자 eds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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