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지원식량이 군부와 정보기관, 정부에 의해 전용되고 있다는 유엔특별보고관의 보고서 내용에 대해 세계식량계획(WFP)이 삭제를 요청하는 등 양측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스위스 언론이 보도했다.

불어일간지 `르 탕'은 6일 유엔인권위의 장 지글러 식량권 담당 특별보고관이 제57차 유엔인권위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90년대들어 심각한 기아에 빠져 있는 북한을 위해 WFP와 여러 비정부기구(NGO)들이 엄청난 노력을 경주해왔으나 대북 지원식량의 대부분이 군부와 정보기관, 정부에 의해 전용되고 있다는 것이 점차 확실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베르티니 WFP 사무총장은 '보고서 내용이 현지에서 활동중인 NGO 및 유엔기구들의 시각을 반영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유엔기구들이 식량전용에 공모하고 있는 것처럼 비난하고 있다'며 관련 내용의 삭제를 요구했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그러나 지글러 특별보고관은 개인적으로 북한을 방문한 적은 없으나 대규모 인도지원 단체들로부터 이러한 정보를 확인했다면서 WFP측의 삭제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다만 제네바 시의원 출신인 지글러 특별보고관은 일종의 타협책으로 대북 지원식량 전용 부분에 대해 WFP측의 견해를 제시할 경우 이를 보고서에 포함시켜주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지글러 특별보고관의 보고서는 지난 2일부터 제네바에서 개최중인 유엔경제사회이사회 연례회의에서 내주중 승인될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WFP측은 지글러 특별보고관의 제안에 답변을 유보한 채 제네바 주재 공보관을 통해 WFP는 대북 지원식량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는지 감시하기 위한 제도를 운영중에 있으며, 피해자들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하다면 북한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르 탕'은 전했다.

그러나 기아퇴치운동(ACF), 세계의사회(M.M), 국경없는 의사회(MSM). CARE, OXFAM 등과 같은 NGO들은 '식량전용의 공범자가 되기 보다는 북한으로부터의 철수를 선택했다'며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이 신문은 이어 피해자들에 대한 접근문제는 일상적인 투쟁에 속했으며, 북한 당국은 이를 막기 위해 매일 기상천외한 구실들을 찾아내곤 했다는 ACF의 북한문제 담당자 장-파르리스 피에트리의 발언을 인용했다.

피에트리는 특히 대북 식량원조는 과대평가된 숫자의 희생자들을 대상으로 선별적 방식으로 분배됐으며, 어떠한 형태의 효율적인 통제도 가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한편 `르 탕'은 '지글러 특별보고관이 북한과 관련된 내용을 작성하기에 앞서 금년에는 상황이 다소나마 개선되었는지를 확인했으나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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