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나는 진심으로 한반도에서 일어난 극적인 발전을 환영합니다. 이 같은 발전은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전체에 걸친 근본적인 변화를 약속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 각하(His Excellency)와 조선노동당 총비서이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 겸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인 김정일 각하 사이의, 다가올 역사적인 정상회담은 (변화로 가는) 숭고한 목표를 향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평양 정상회담에 이르는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될 수 있습니다. 두 지도자가 직면할 사안의 복잡성은 아무리 과장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입니다.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원동력을 창조한 것은 바로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구현되어 있는 비전, 그리고 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인내와 참을성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정상회담을 현실로 만든 것은 수십년 동안 계속된 상호 불신의 잔재를 극복할 시간이 도래했다고 판단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혜 덕분이었습니다.

국제사회는 긍정적이고 구체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정상회담은 수십년간의 냉전적인 대치를 종식하고 상호 신뢰와 확신, 호혜 협력의 새 시대를 시작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정기적인 정상회담 개최가 민족통일에 이를 때까지 양측 관계에서 평범한 것이 되기를, 그리고 이번 행사가 궁극적으로 지속적인 평화를 가져오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동북아시아에서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이번 과정에는 분명히 고려해야 할 국제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대결의 대안을 찾아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생성되는 긍정적인 역동성을 지지하는 것이 유엔의 임무입니다. 나는 사무총장으로서 이를 지원하기 위해 나의 모든 권한을 계속 행사할 것입니다.

평양 정상회담은 유엔본부에서 오는 9월 열리는 ‘밀레니엄 정상회담’과 같은 해에 열립니다. 세계 정상들은 21세기 유엔의 역할을 논의하기 위해 모입니다. 그리고 나는 평양에서 역사를 만들 남·북한 정상이 뉴욕회담에도 참석해주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올해가 진전의 한해가 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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