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4권중 19권이 김일성 관련 내용


북한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가 1979년부터 1992년에 걸쳐 펴낸 우리 역사에 대한 개설서다. 총 34권과 2권의 연표로 이루어져 있으며 역사해석을 둘러싼 북한의 공식 견해를 대변하고 있다.

조선전사는 당초 김일성 70회 생일(82.4.15)을 기해 완간할 목표로 편찬작업이 추진돼 79년부터 82년까지 33권이 나옴으로써 1차 발간작업이 완료됐다. 이후 유물·유적 발굴과 연구성과를 반영해 91년부터 개정판을 내기 시작해 현재 "발해 및 후기신라사"까지 다룬 5권과 제34권이 나와 있다.

북한에서 역사연구는 크게 3단계의 변천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일반적 이념 틀로 개별연구를 진행해온 시기(광복∼1952년) ▲교조주의 허무주의 복고주의 척결과 "주체" 확립이 강조되던 시기(1952∼60년대 후반) ▲주체사상이 체계화되고 전면화됨에 따라 주체사관에 의해 역사가 재정리된 시기(60년대 말∼현재)가 그것이다.

60년대 후반은 북한에서 권력투쟁이 일단락되고 수령제가 뿌리내리기 시작한 시기로 역사연구도 이런 정치사적 흐름과 궤를 같이해 새로 정리되는데 이 시기를 대표하는 역사서가 바로 조선전사이다.

조선전사는 시기적으로는 원시부터 1986년까지를 망라하고 있다. 1권부터 15권까지는 원시부터 조선조 말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16권부터 34권까지는 "현대편"으로 김일성과 관련한 내용으로 채우고 있다.

"모든 역사연구는 시대구분으로 귀결된다"는 말이 시사하는 바대로 시대구분은 역사서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북한은 현대의 기점을 김일성 주석이 만주에서 "타도 제국주의동맹"을 결성했다는 1926년으로 설정하고 있다.

물론 이런 주장은 북한을 제외한 어느 곳에서도 통용되지 않는 것이다. 다만 그 진위를 떠나 수십만년 전 원시시대부터 5000년의 민족사를 모두 다루면서 총 34권 가운데 절반이 훨씬 넘는 19권을 60년(1926∼1986년)의 역사에 할애한 것은 조선전사의 필법과 주체사관의 실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으로 지적된다.

조선전사는 삼국시대를 다루면서도 고구려 중심의 역사서술을 고집하는 한편 신라에 의한 삼국통일을 부인하고 최초의 통일국가 성립도 고려에 그 영광을 돌리고 있다. 이런 관점은 북한이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면서 통일국가의 국호로 고려를 내세우거나, 논의를 하더라도 신라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데서도 드러나고 있다.

조선전사 편찬에는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관계자들을 비롯해 각 부문 학자들과 대학교수 등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으며 특히 지금은 고인이 된 박시형 김석형 전영률 등 북한 역사학계를 이끌어온 1세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김광인기자 k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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