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자신과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을 모델로 삼는 게 바람직하며, 미국도 이러한 상황이 실현되도록 협력해야 한다.”

미국의 ‘코리아 소사이어티(Korea Society)’ 회장인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대사는 이 협회 소식지 2001년 여름호에 기고한 ‘북한과의 관계를 다시 시작하면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북한은 가장 성공한 전체주의 체제 중 한 곳”이라면서 “김 위원장이 1989년 국민에게 처형된 루마니아의 니콜라이 차우셰스쿠 대통령처럼 ‘호랑이 등에서 내리면 잡아 먹힌다’는 한국 속담의 실례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으나, 그보다는 카스트로 대통령을 추구해야 할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한반도 무력통일 희망이 없음을 인식하고, 미국은 김 위원장을 실각시키려는 이데올로기적 목표를 포기하는 등, 양측이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레그 대사는 “미·북 협상에서 미국은 김 대통령의 ‘쉬운 것부터’ 방식을 본뜨고, 북한은 의미는 크지만 비용은 적은 상징적인 조치로 1968년 이래 북한에 억류돼 있는 푸에블로호를 귀환시키는 등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 뉴욕=김재호특파원 jae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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