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대중)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마주앉으면 어떤 장면이 연출될까. 김정일 위원장의 스타일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를 만난 사람들이 단편적으로 전하는 게 고작이고, 반드시 일치하지도 않는다. 언어습관을 보면 김 대통령은 말의 높낮이를 조절하며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설득형이다. 연설 외에는 말이 별로 빠르지도 않다. 김 위원장은 말이 빠르다. 5월말 중국 장쩌민(강택민) 주석과 만날 때도 그는 통역이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인사말을 했다.

김 대통령은 서론과 결론이 분명하나,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증언이 엇갈린다. 90년 비밀 방북(방북) 때 김 위원장을 만났던 서동권(서동권) 전 안기부장은 “긴 대화내용을 정리하는 능력이 남달랐다”고 회고했다. 5월에 김 위원장을 만났던 중국의 탕자쉬안(당가선) 외교부장도 “두뇌회전이 빨랐고 사물에 대한 반응이 민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을 사석에서 여러 차례 만난 신상옥·최은희씨는 “논리없이 장황하게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 회담에서도 차이가 드러날 전망이다. 김 대통령은 스스로 문제를 분석하고 논리를 세워 상대방에게 설명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다른 것 같다. 전 북한 고위인사는 “상대가 ‘이런 것들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하면 옆의 배석자에게 ‘왜 그렇게 됐느냐. 해드려라’라고 말하지만, 그런 것들은 대부분 김 위원장 자신이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라고 했다.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거나 유머있게 대화를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두 사람이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김 대통령은 국회 개원식날(5일) 여야 지도부 환담자리에서 여야총무가 모두 정(정)씨인 점을 들어 “‘정정(정정←정정)’이면 바르게 고친다는 뜻인데…”라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등 유머를 자주 사용한다.

70년대에 김 위원장과 함께 근무했던 전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신경완씨는 “회의석상에서 말솜씨는 유머와 재치가 넘친다”고 말했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김대통령과 김정일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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