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은 7일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관저에서 보냈다. 오후 3시쯤 미국 메릴린치 그룹의 코만스키 회장과 접견하기 위해 잠시 본관에서 집무실에 내려왔다가 곧바로 관저로 되돌아갔다.

김 대통령은 관저에서 종일 남북정상회담 자료를 탐독하고, 연설문을 직접 쓰고 다듬는 데 보냈다. 12일부터 14일까지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두 차례 단독회담 자료와 한번의 확대회담 자료를 읽고 또 읽고, 그리고 두 번의 만찬사를 직접 손질한 것이다. 평일에 김 대통령이 공식일정을 잡지 않고 방북준비에만 전념한 것도 벌써 세 차례다. 5월 31일(수)과 2일(금)에는 아무 일정도 없이 오로지 사색과 자료 공부에만 몰두했다. 3일에도 호르스트 쾰러 IMF(국제통화기금) 총재 접견 외에는 모든 시간을 관저에서 보냈다.

김 대통령이 탐독하는 자료들도 청와대 비서실과 통일부·외교부·국가정보원 등이 만든 구체적인 회담 ‘실행(실행) 자료’라고 한다.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예상질문 답변서’, ‘돌발쟁점에 대한 대응자료’ 등이다. 남는 시간 틈틈이 수영하고 산책하면서 자문자답(자문자답)을 통해 정리하는 시간도 갖고 있다고 한다. 잠은 평소처럼 충분히 잔다고 한다.

‘김정일 연구’는 올해 초부터 집중적으로 해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특히 작년부터 통일부가 중심이 되어 관계당국 전문가와 학자 등이 특별반을 짜, 1년간의 작업 끝에 올해 초에 내놓은 방대한 양의 ‘김정일 연구 리포트’를 집중 탐구해왔다는 것이다. 이 전문가들은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만난 사람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김정일론’을 재정립한 것.

통일부는 이와 별도로 4월 10일 남북정상회담 발표 직후부터 ▲김정일 위원장과 북한의 의사결정 구조 ▲김정일 위원장의 어법·성격·취향 ▲북한 지배세력에 관한 자료 등을 정리해 김 대통령에게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배기자 ba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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