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잰 솔티 회장 /주용중기자

황장엽씨를 미 의회 공화당 중진들과 함께 초청한 디펜스포럼 재단의 수잰 숄티(Suzanne Scholte) 회장은 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왜 한국정부가 황씨의 방미를 원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면서 “우리 재단의 오는 20일 행사에 황씨가 꼭 참석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디펜스포럼 재단은 전체주의 국가들로부터 탈출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과 미 국방문제에 관해 의회와 다각적인 활동을 벌이는 민간단체다.

―한국정부가 초청장을 갖고 서울을 방문한 짐 도란(Jim Doran)씨 등 3명의 황씨 면담을 막고 있는데….
“실망스럽다. 그들은 미국에서 한반도 전문가들로 평가받고 있는 사람들이고, 도란 보좌관은 제시 헬름스(Jesse Helms) 상원의원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3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헬름스 의원에게 황씨의 방미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는가.”

―한국정부는 황씨의 신변안전 보호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미 정부는 헬름스 의원의 요청을 받아들여 황씨의 신변보호에 만전을 기울이기로 이미 동의했다. 국무부가 이를 담당할 것이다.”

―왜 한국정부가 황씨의 방미를 떨떠름하게 여기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왜 한국정부가 원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황씨가 햇볕정책에 대해 회의적이기 때문인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서 북한에 살았던 사람의 얘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더구나 황씨는 탈북자 중 최고위급 인사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개인적으로 아는 것은 물론 북한 사정에 정통하다고 들었다. 지금은 매우 민감한 시점이다. 북한 주민들의 탈출대열이 이어지고 있고, 최소한 20만명의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비인간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도대체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황씨의 방미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한국정부가 우려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두 가지를) 연결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있는지 정보를 더 파악해봐야 할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정보를 공유하려는 일을 막느냐 하는 부분이다. 그것은 눈을 가리게 하고 앞으로 걸어가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우리는 자유국가들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 어떤 대책을 취할지 가장 좋은 방법을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찾아내야 한다.”

―황씨의 방미를 왜 서두르려고 하는가?
“무엇보다 의회가 그의 방북을 빨리 실현시키려고 하고 있다.”

―한국정부가 황씨를 보내지 않기로 최종 결정한다면, 후속 수단은 있는가?
“만일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뭔가 큰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한국은 자유국가이고, 황씨는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는 지금 북한이 아니라 남한에 있다(웃으며). 그는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스스로 결정할 능력이 있다. (한국정부는) 그의 안전을 걱정하지만 우리가 이미 그 문제는 해결했다.”

―황씨의 방미 문제가 한·미 양국간의 외교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그렇게 돼서는 안된다. 우리는 똑같은 목적을 위해 일하고 있으며, 분열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하려는 일은 단지 황씨의 지식과 자산을 함께 활용해서 최선의 대북정책을 찾자는 것이다.”
/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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