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막식의 성화는 올림피아 신전에서 성처녀들이 채화하기에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 때부터 있었다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1936년 나치스 치하의 베를린 올림픽에서 처음 시작된 식전행사로, 대회 사무국장인 칼 디임의 발상이라 한다. 제전 분위기를 고양시키기 위한 것이었는데, 달리는 노변마다 나치스의 하켄크로이츠 깃발이 나부끼게 하는 등 강력 나치스의 이미지 부각에 이용되어 그것을 계승하는 데 부정적인 의견도 없지 않았다.

하계 올림픽과는 달리 동계 올림픽의 성화는 1952년 오슬로대회가 처음으로, 노르웨이에 있는 근대 스키의 아버지 손돌 놀드하임의 생가 아궁이에서 채화해 성화로 썼다. 1964년 인스부르크대회 때부터 올림피아에서 채화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곧 성화는 반드시 올림피아 성화로 규정돼 있는 것도 아니요, 대회나 개최지 나라 사정에 따라 다를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올림피아 성화를 본떠 우리나라 전국체전에서도 단군성지 마니산의 참성단에서 선녀들이 채화해왔는데, 올 충남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서는 북한 묘향산에서 채화하기로 하고 사전 교섭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국 명산인 오악(五嶽) 가운데 남 지리산과 북 묘향산, 그리고 복판 계룡산에서 채화해 합화(合火)한다는 것이다.

통일이라는 상징적 의미에서 발상은 가상하나, 동구권 붕괴 후에 북한에서는 국론을 구심시키고자 단군유골을 발굴했다 하고 단군묘를 크게 창건하여 선양하고 있는 판국에, 단군굴 등이 있어 단군신시로 받들고 있는 묘향산 채화는 국민정서에 어긋난다. 북한에 주기만 하고 얻는 것이 없다는 불만의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데, 상징적인 불 하나 붙이는데 100만달러의 흥정이 오갔다는 설이 사실이라면 그 여론에 기름 붓는 격이다.

보다 남북이 접근하여 북한 선수가 전국체전에 참여하게 됐을 때를 위하여 유보해둬도 되는 발상이다. 반드시 성지나 성산에서 채화한다기보다 옛날 임금님이 한식에 옛 불을 모두 끄고 나무로 새 불을 일으켜 종묘의 제화(祭火)로 삼고 조정 신하들에게 나누어주었듯이, 또 가문의 종가에서 봄에는 느릅나무, 여름에는 대추나무, 가을에는 떡갈나무, 겨울에는 회화나무로 발화시켜 제화로 삼고 가문에 불씨로 나누어주었던, 그 불에 의한 구심(求心)문화를 성화의식으로 승화시켜 봄직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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