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의 황장엽씨 초청 사실이 조선일보의 보도로 밝혀진 4일, 정부는 관계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은 듯 허둥대면서 그 의미를 축소시키기에 급급했다.

이날 아침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황씨 초청장이 ‘공식 초청장’이 아니라, 헬름스 상원의원, 콕스·하이드 하원의원 등 ‘개인 명의’의 초청장이라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각 외교부 당국자도 비공식 브리핑에서 국정원과 똑같이 “개인 명의로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워싱턴에서 미 의회의 초청장 내용이 공개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초청장이 각각 ‘하원 국제관계위원장’, ‘하원 공화당 정책위원회 의장’ 명의로 하원의 공식활동인 ‘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달라는 공식 초청장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외교부 당국자는 “초청장을 미처 보지 못하고 ‘개인명의’라고 했었다”고 해명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미 의회 ‘특사’ 3명이 초청장을 들고 온 것은 지난 1일. 이들은 이날 저녁부터 2일 낮까지 국정원측에 초청장 전달을 위한 황씨 면담을 요청했으나 국정원측이 거부, 2일 오후 초청장만 건넸다. 짐 도란 등 보좌관 2명은 3일 일본으로 떠났으나, 척 다운스씨는 3일과 4일에도 국정원측에 황씨 면담과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불가”란 답만 들었다는 것이다.

초청장 전달은 ‘특사’가 도착한 지 만 하룻만에 이루어졌으나, 사실 두 달 전부터 계획이 서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짐 도란 보좌관은 지난 5월 국내 한 탈북자 지원단체 관계자에게 “7월쯤 황장엽씨를 초청하는 문제로 서울을 방문하겠다”고 예고했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그런데 국정원 보도자료는 “갑작스럽게 7월 중순 미국방문”을 초청했다고 했다.
/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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