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햇볕정책 견제의도

미국 공화당 중진들이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초청하기 위해 ‘특사’를 서울에 파견한 것은 황씨를 미 의회 증언대에 꼭 세우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우선 작년 11월과 올 4월에는 당시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제시 헬름스(Jesse Helms) 의원 단독으로 초청의사를 전달했으나, 이번에는 하원의 두 실력자와 민간단체인 디펜스 포럼까지 합세했다. 또 한국정부가 그동안 황씨의 신변안전 문제를 거부 명분으로 내세우자, 『어떤 조치도 취하겠다』 『미 정부의 해당기관과 협력하겠다』는 내용을 초청장에 담았다.

이들은 황씨의 안전을 위해 미 군용기를 띄우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으며, 황씨의 방미활동 비용을 미 의회 예산으로 충당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이상 신변안전 문제를 운운하지 말라는 신호인 셈이다.

한국정부가 황씨의 방미를 떨떠름하게 여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미 의회의 공화당 보수진영이 황씨에게 집요함을 보이는 배경에는 한국정부의 ‘햇볕정책’을 사실상 견제하려는 의도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관계자들은 그동안 황씨의 초청을 둘러싸고 한국정부와 줄다리기를 하는 과정에서 황씨의 방미를 막으려는 한국정부의 ‘의도’에 대해 회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화당 보수진영은 한·미 동맹관계를 물론 중시하지만, 김대중 정부의 대북지원이 북한의 군사력 강화로 이어지고 북한과의 협상에서 상호주의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왔다. 공화당 보수진영은 황씨의 증언을 계기로 북한의 진면목과 탈북자 문제의 실상을 알림으로써 미국 민주당 계열과 한국정부의 대북 유화 분위기에 제동을 걸려는 포석인 셈이다.

이들은 이번에도 황씨의 방미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한국 정부에 대해 보다 강력한 압박 수단들도 강구하고 있다고 미 의회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들은 특히 황씨가 자신의 방미 의지를 담아 별도로 보낸 서신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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