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는 의회 관계자들을 서울에 파견,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오는 22일을 전후해 미 의회에 출석, 북한문제와 관련한 연설과 증언을 해달라는 공식초청장을 황씨에게 직접 전달하려 했으나, 한국 정부당국은 면담 주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 의회 관계자들은 이 공식초청장을 3일 국정원측을 통해 간접적으로 황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공식초청장은 헨리 하이드 하원 국제관계위원장, 제시 헬름스 전(前) 상원 외교위원장, 방위포럼재단(DFF)의 명의로 된 것 등 모두 4장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미 의회 소속인 짐 도란 헬름스 전 외교위원장의 보좌관 등 2명과 미 하원의 로버트 콕스 공화당 정책위원회 의장의 보좌관 척 다운스씨가 지난 1일 한국으로 가져왔다.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미 의회의 초청장에는 황씨가 미국에 체류하는 기간에 신변안전을 보장한다는 미국 정부의 보증도 들어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 의회의 초청장을 간접 전달받은 황씨는 방미 결심을 굳혔다고 측근은 전했다.

황씨가 미 의회에 직접 출석, 북한의 인권상황과 체제 내부의 문제점을 직접 증언할 경우,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과 세계적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 탈북자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지난 3월 미국방문 중 헬름스 위원장으로부터 황씨의 방미 협조 요청을 받고 “신변안전만 확보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해, 황씨의 이번 미국방문은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황씨는 지난 5월 부시 행정부 출범 후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첫 북한문제 청문회에 출석, 북한문제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었으나, 한국정부측의 소극적인 태도와 한·미 정부간의 신변안전 문제 관련 협의 등이 불충분해 성사되지 못했었다.

/ 김인구 기자 ginko@chosun.com
/ 허용범 기자 yongbom_h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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