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궁중음식 보유자 후보 한복려(한복려)씨가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 측에 답례로 여는 만찬을 맡아 근사한 상을 준비하고 있다. 조리팀은 각 호텔에서 한식 부문 숙수(숙수·음식솜씨 좋은 이를 이르는 우리 말)를 고루 뽑았다.
이들이 마련하는 상 차림은 조선 궁중요리에 기초한 순수 한식 메뉴. 궁중음식 무형문화재 황혜성(황혜성) 선생이 오랜 연구 끝에 전승, 복원한 궁중요리를 황 선생 맏딸 한씨가 현대 감각에 맞게 코스별로 서브한다.
하일라이트는 비빔밥. 요리 후 나오는 밥으로 궁중식 골동반(비빔밥을 이르는 궁중 용어)을 준비했다. 분단 후 첫 정상회담이란 역사성을 감안, 모든 이질적 재료를 섞어 조화로운 맛을 창조해내는 비빔밥을 골랐다는 설명이다.
특별히 어느 지방 향토색이 강한 것이 아닌, 갖은 재료를 고루 쓰는 궁중식이다. 이외에도 전과 갈비 구이, 신선로 등 깔끔하고 풍미짙은 궁중음식들이 메뉴 후보에 올라 있다.
평양 정상회담이 세계적 주목을 받는 만큼, 정상회담 만찬도 뉴스거리가 되기 충분하다는 판단에서 재료와 메뉴 선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상회담 메뉴가 화제가 된 것으로 대표적인 경우가 북경서 있었던 닉슨·모택동 정상회담. 미국·중국 수교를 위한 역사적 만찬에서 중국이 내놓은 마오타이주는 그 뒤 세계적 명품이 됐다. 이번에도 여러 가지 민속주들이 후보에 오르고 있으나 일단 독주(독주)를 피한다는 선에서 인삼주가 물망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와 같은 민족이지만, 교류가 없다 보니 정보가 적어 외국 손님 맞기보다 더 마음쓰인다는 게 관계자들 이야기다.
/박선이기자 sunnyp@chosun.com